[문화노트] 문협-작가회의 화합에 박수를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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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4면

'남북통일 전에 남한의 문단 통합부터 하자' . 이같은 구호를 내세우며 한국문인협회(문협)이사장 선거에 나섰던 신세훈 후보가 당선하면서 문단에 화합 기운이 감돌고 있다.

신이사장이 당선하자 민족문학작가회의(작가회의)에서는 문협 사무실로 축하 화분을 보냈다.

정치현실은 나몰라라 하면서 순수문학만을 내세운 문협에 반해 정치와 사회의 불의에 맞서는 행동과 작품활동을 펼치려는 문인들이 1974년 결성한 작가회의로서는 처음으로 문협에 화분을 보낸 것이다.

문협은 지난달 30일 열린 이사회에서 작가회의 이사장인 이문구씨를 이사로 선임했다.

그리고 70년대 이후 이념 문제 등으로 제적했던 2백여 회원을 복권시키기로 했다.

두 단체가 지난 연대의 갈등을 접고 화합하자는 상징적 의미로서의 이사 선임을 李이사장도 수락했다.

술집에서 만나도 서로 등지고 마셔야 했던 민망함, 서로 인간이나 작품은 흠모하면서도 단체가 다르면 애써 외면하고 필요에 따라 헐뜯어야 했던 과거를 묻고 이제 문인답게 화합하자는 것이다.

20여년 전보다 더 떨어진 원고료, 자꾸 줄고 있는 문학단체나 문인에 대한 지원 등 문학복지 증진 등을 위해 두 단체가 힘을 합쳐 일해 나가겠다는 것이다.

그러나 이런 측면보다 문인들의 화합은 지금 갈갈이 나뉜 국민들의 화합에 막강한 상징적 힘을 발휘할 수 있다.

인간성의 깊이를 형상화하고 사회의 건전성을 위해 비판의 목소리를 내야 하는 문인 먼저 갈린 상태에서 어떻게 인간과 사회 통합을 위한 감동적 문학이 나올 수 있겠는가.

더구나 이렇게 나뉜 상태에서 어느 문학단체의 어떤 목소리로 앞으로 활발히 전개돼야 할 남북 문학교류에 임할 수 있겠는가.

때문에 양대 문학단체의 화합 기운은 늦었더라도 반갑고 절실하다.

좋은 방법을 모색해 나가며 문단이 앞장서 문화예술계와 사회통합, 나아가 통일 기운으로 일파만파 번져나가는 화합의 모범을 보였으면 한다.

이경철 문화부장대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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