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성근씨 메이킹필름 제작 '다큐포럼' 첫 설립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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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4면

한국 영화는 찍고 난 후 작품 하나만 달랑 남는다.

물론 작품이 모든 걸 말해준다고는 하지만 제작 과정에서 겪었던 감독의 고충이나 스태프의 고민은 기억으로만 남을 뿐이다.

그것도 세월이 흐르면 잊혀지겠지만.

이런 현실에서 다큐전문 프로덕션 다큐포럼의 행보가 주목된다.

지난해 12월 영화배우 문성근씨가 제작 현장에서 잔뼈가 굵은 PD.작가 12명과 공동으로 설립한 다큐포럼은 '영화 제작 과정의 다큐멘터리' (이하 '메이킹' 필름)를 중점적으로 제작하겠다는 포부를 밝혔다.

'메이킹' 필름은 영화 제작 과정을 담은 다큐멘터리로, 다큐포럼이 전문 인력과 시스템을 갖춘 국내 첫 제작사다.

영화계에서 많은 경험을 쌓은 문씨와 새로운 장르에 도전하고 싶은 PD들이 의기투합해 만든 다큐포럼은 이 외에 일반 다큐멘터리도 제작한다.

현재 메이킹 필름 분야와 관련, 유니 코리아.시네마 서비스 등 국내 굴지의 제작사.투자사들과 대상 작품을 논의 중이어서 이르면 올 봄에는 제작에 들어갈 전망이다.

문씨는 "제작자들이 메이킹 필름의 중요성을 알고 있고 반응도 적극적이어서 곧 두 세 작품은 크랭크인할 수 있을 것" 이라고 말했다.

할리우드에서는 이런 다큐멘터리를 당연한 것으로 받아들인다. 각 프로덕션은 모든 작품에 대해 기록용이나 홍보용으로 길게는 1시간, 짧게는 5분짜리라도 제작과정 다뮤멘터리를 만든다.

제임스 카메론 필름이 영화 '타이타닉' 과 동시에 타이타닉 메이킹 필름을 제작한 것은 대표적인 예.

'미션 임파서블2' '인디애나 존스' '지옥의 묵시록' 등 내로라하는 영화에는 반드시 이런 필름이 따른다. 디즈니는 애니메이션 제작과정도 다큐멘터리로 담는다.

그래서 미국 케이블이나 위성방송 중에는 E엔터테인먼트처럼 메이킹 필름을 전문적으로 다루는 프로그램을 두고 있는 곳이 있다.

이에 비해 국내의 사정은 초라하다. 본격적인 메이킹 필름이랄 수 있는 것은 1996년 '아름다운 청년 전태일' 의 다큐가 손에 꼽을 만하고 비디오로도 출시된 이 다큐와 함께 눈에띄는 것이 '쉬리' '은행나무 침대' 메이킹 필름정도다.

그 외에는 프리랜서 제작자들이 홍보용 다큐를 제작하는 수준이며 방송에선 다큐멘터리 전문 케이블인 Q채널이 '영화보다 재미있는 영화이야기' 를 통해 일부 소개하고 있다.

문씨는 "한국 문화에서 영화가 차지하는 비중이 더욱 커지고 있는 가운데 1백20분이란 시간의 제약을 받는 비디오에서 용량이 훨씬 더 큰 DVD시대로 옮아가면 메이킹 필름에 대한 관심도 크게 높아질 것" 이라고 내다봤다.

그는 또 "이런 기록물은 산업적인 의미도 크지만 감독들이 무슨 고민을 하며 만들었는지를 알 수 있는 텍스트인 동시에 역사 기록이란 문헌으로서의 가치도 무시할 수 없다" 고 강조했다.

다큐포럼의 메이킹 필름이 어떤 성과를 거둘지가 앞으로 한국 메이킹 필름의 판도를 정한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풍부한 경험을 지닌 중견 PD들이 문씨와 힘을 모은 만큼 선전(善戰)이 기대된다.

신용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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