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국 곳곳 풍력발전소 건설 '붐'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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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9면

제주도 북제주군 구좌읍 행원리 바닷가. 흰색의 커다란 바람개비들이 거센 북서풍을 받으며 돌고 있다.

기둥 높이 45m.날개 길이 23.5m로 지상에서 하늘로 70m 가까이 팔을 뻗치며 돌아가는 이 '현대식 풍차' 를 지켜 보노라면 자연의 위대한 힘이 새롭게 느껴진다.

1998년 8월부터 본격적인 가동에 들어간 이 풍력 발전기는 모두 7개. 한 개 6백㎾에서 7백50㎾까지의 발전능력을 가지고 있으며 지난해 말까지 1만4천7백61mwh의 전력을 생산했다.

방문객들도 줄을 이어 이곳은 명물이 많은 제주도에서 새로운 관광명소로 부상했다.

제주에서 첫 선을 보인 풍력발전소가 최근 전국 곳곳으로 번지고 있다.

특히 북서계절풍 등 철마다 바뀌는 풍부한 바람을 이용해 무공해 대체에너지를 생산하는 한편 관광 상품으로도 개발이 가능하기 때문이다.

◇ 어디에 들어서나=경북 포항시 대보면 영일만 호미곶 해맞이광장에는 지난달 초 6백60㎾급 풍력발전기 1개가 내륙에선 처음으로 착공됐다.

다음달 준공되며 일반가정 1백30가구가 사용할 수 있는 전력을 생산한다. 경북도와 포항시는 대보면 일대를 풍력발전단지로 조성키로 하고 풍력계측기 2개를 추가로 설치키로 했다.

울릉도에도 현재 6백㎾급 풍력발전기 1개가 현포리에 설치돼 시험가동 중이다.

또 전북도는 최근 군산시 새만금간척지에 외자 유치를 통해 풍력발전소 건립을 추진하고 있다.

세계적 투자전문회사인 독일 래디 앤드 파트너(Rodi & Partner)사가 최근 도에 투자 의향서를 제출한 데 이어 4월에는 계약을 체결한다.

전북도는 R&P사와 군산 원우건설㈜의 합작개발 형태로 5천만달러(6백억원 상당)를 들여 군산시 옥도면 비응도 방조제에 풍력발전기 50개(1개당 7백50㎾)를 오는 2011년까지 설치할 계획이다. 우선 내년에 1백억원을 들여 발전기 2개를 시범적으로 설치할 예정이다.

강원도의 경우는 올해 평창군 도암면 횡계리 매봉 일대에 2개를 세울 계획이다. 2003년까지 이 일대에 세워질 풍력발전기는 모두 6개로 국.도비 90억원(올해분 30억원)이 투입된다.50~70개까지 계속 설치해 단지화한다는 청사진도 갖고 있다.

◇ 기대 효과=지방 곳곳의 풍력발전소는 늘어나는 전기 수요를 청정 에너지로 대체한다는 것 외에 지방재정과 지역경제에 상당한 보탬을 준다는 이점도 있다.

전력 판매수입과 관광소득이 짭짤하기 때문이다. 제주도는 생산된 전력을 팔아 지난해 5억5천여만원을 비롯해 그동안 8억9천여만원의 수입을 올렸다.

2002년까지 추가 증설을 통해 모두 15개의 발전기를 가동할 경우 연간 12억원의 수입을 예상하고 있다.

전북도는 새만금간척지 방조제에 발전기가 생기면 연간 3백50억원의 수입을 올릴 것으로 추정했다.

R&P사가 운영하다 기부채납하게 되는 10여년 뒤에는 고스란히 전북도의 몫이 된다는 것.

풍력발전소는 이국적인 풍경 때문에 관광명소로도 충분한 가치가 있다는 분석이다.

제주도 행원단지에 지난해 다녀간 방문객은 학생 등 3천여명이다.

도 관계자는 "풍력발전단지를 제주 특유의 청정에너지 관광명소로 꾸밀 것" 이라고 말했다.

국내유일의 관련 연구소인 전북대 풍력발전연구센터 김동용(金東龍.55)교수는 "삼면이 바다인 우리나라는 새만금을 비롯한 해안지역과 강원도 산악지대 등에 풍량이 풍부한 곳이 많다" 며 "평균 초속 5m이상의 풍량을 가진 곳이면 풍력발전소 건설에 경제성이 있을 것 "이라고 말했다.

제주=양성철, 군산=서형식,

대관령=이찬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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