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가 있는 아침] 안도현 '겨울 강가에서'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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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7면

어린 눈발들이, 다른 데도 아니고

강물 속으로 뛰어내리는 것이

그리하여 형체도 없이 녹아내리는 것이

강은,

안타까웠던 것이다

그래서 눈발이 물위에 닿기 전에

몸을 바꿔 흐르려고

이리저리 자꾸 뒤척였는데

그 때마다 세찬 강물 소리가 났던 것이다

그런 줄도 모르고

계속 철없이 철없이 눈은 내려,

강은,

어제 밤부터

눈을 제 몸으로 받으려고

강의 가장자리부터 살얼음을 깔기 시작한 것이다

- 안도현(41) '겨울 강가에서'

어제 밤에 눈이 살포시 내렸다.

강의 가장자리가 하얗게 얼어 있다.

얼음 위로 새들이 걸어 간 모양이다.

토끼 발자국이 얼음장 끝 찰랑이는 물가까지 찍힐 때도 있다.

내 몸으로 세상의 무엇을 받을 수 있을까.

김용택 <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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