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린 눈발들이, 다른 데도 아니고
강물 속으로 뛰어내리는 것이
그리하여 형체도 없이 녹아내리는 것이
강은,
안타까웠던 것이다
그래서 눈발이 물위에 닿기 전에
몸을 바꿔 흐르려고
이리저리 자꾸 뒤척였는데
그 때마다 세찬 강물 소리가 났던 것이다
그런 줄도 모르고
계속 철없이 철없이 눈은 내려,
강은,
어제 밤부터
눈을 제 몸으로 받으려고
강의 가장자리부터 살얼음을 깔기 시작한 것이다
- 안도현(41) '겨울 강가에서'
어제 밤에 눈이 살포시 내렸다.
강의 가장자리가 하얗게 얼어 있다.
얼음 위로 새들이 걸어 간 모양이다.
토끼 발자국이 얼음장 끝 찰랑이는 물가까지 찍힐 때도 있다.
내 몸으로 세상의 무엇을 받을 수 있을까.
김용택 <시인>시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