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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약분업 6개월 현장 점검] 下. 약제비·항생제 증가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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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6면

의약분업과 관련된 의료보험 약제비.항생제.주사제.대학병원 외래환자 등의 변화 추이가 의약분업 취지와 일단 역행하고 있는 이유는 허술한 제도, 뿌리 깊은 잘못된 의료관행이 복합적으로 작용했기 때문이다.

약제비에 대해 보건복지부는 "분업 후 2~3년이 지나면 약물 오남용이 줄어 매년 약제비가 2조원 가량 줄어들 것" 이라고 기대했었다.

실시 6개월이라 평가가 이를 수도 있지만 뚜껑을 열어보니 줄지 않고 오히려 많이 늘고 있다. 파산상태인 의료보험 재정을 더 악화시켜 시민들의 의보료 부담으로 돌아올 상황이 됐다.

지방의 Y원장은 "대상(帶狀)포진 환자에게 한 알당 6백원짜리 약을 처방했으나 분업 후에는 약효가 좋다고 알려진 7천7백32원짜리 약으로 바꿨다" 며 "의사가 약값 마진과 관계 없어진 마당에 고가 약 처방을 마다할 필요가 없다" 고 말했다.

대한약사회 김대업 정보통신위원장은 "의.약간 담합이 만연하면서 주사제 처방을 부추기고 약제비를 증가시킨 것도 문제" 라고 지적했다.

약제비 상승이 불가피한 측면도 있다.

복지부 전병율 보험급여과장은 "분업 전 돈을 전액 부담하고 약국에서 약을 사먹던 고혈압 등 만성질환자들이 분업 후에 의료보험 혜택을 보게 돼 약제비가 올라갔다" 고 말했다.

항생제가 느는 것은 의료관행 때문이다. 서울 강남의 B병원 내과의사는 "항생제를 처방하지 않으면 약효가 떨어져 환자가 줄어들 것 같고 주사제는 환자가 원하기 때문에 굳이 줄일 이유가 없다" 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의약분업을 이대로 두다간 손댈 수 없는 지경에 이를 수도 있기 때문에 지금 당장 손을 써야 한다고 지적한다.

조홍준 울산대 의대 교수는 "영국이나 호주처럼 항생제나 주사제를 많이 쓰는 의료기관에 대해 자제 권고 또는 제재를 가하는 방안을 강구해봄직하다" 고 말했다.

건강연대 조경애 사무국장은 "주사제의 경우 원외(院外)처방료를 없애 의료기관이 주사제 처방을 하는 유인을 없애야 한다" 고 주장했다.

약사회 金위원장은 "저가약을 처방할 때 인센티브를 주거나 반대로 고가약 처방에 대해 제재를 가하지 않으면 약제비는 계속 상승곡선을 그릴 것" 이라고 말했다.

복지부 전과장은 "고가약을 처방하거나 주사제.항생제 처방 빈도가 의료기관 규모나 진료과목별 평균보다 높은 의료기관에 대해 경고.조사를 하거나 진료비 적정성 평가를 통해 진료비를 가감하겠다" 고 말했다.

신성식.정효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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