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5년 처음 데뷔했을 당시 방패 모양의 뒷모습으로 성능에 비해 가치를 인정받지 못했던 이 차는 디자인 변경을 거치면서 새로워졌다. 앞뒤 모습을 조화롭게 다듬었고 당당한 오프로드 성능이 느껴지도록 변신했다. 이 차는 1990년대 쌍용차를 대표했던 무쏘를 계승한 모델이다. 요즘 찾아보기 어려운 프레임(차체를 가로지르는 강철 뼈대) 타입으로 차체의 강성이 뛰어나다.
시승차는 직렬 4기통 2.0L 디젤 모델(브라운 에디션)이다. 최고 148마력에 운전자가 자주 사용하는 2000∼2500RPM(분당 회전 수)에서 최대 토크(33.7㎏·m)가 나온다. 벤츠가 개발한 자동 6단 변속기와 엔진 궁합이 잘 어울린다.
시동을 걸면 부드러운 디젤음이 들려온다. 정지 상태에서 엔진음은 상당히 조용하다. 가속 페달을 밟으면 디젤 특유의 토크가 느껴진다. 공차 중량이 2t(1995㎏)에 육박하지만 답답함은 느낄 수 없다.
실내는 쌍용차만의 차별화된 디자인이 느껴진다. 차고가 높아 운전석에 앉으면 시야가 탁 트인 개방감을 맛볼 수 있다. 브라운 색으로 단장한 시트와 대시 보드의 재질은 무척 고급스러워졌다. 각종 스위치들도 큼지막해 운전 중 사용하기 편리하다.
이 차에는 경쟁 차종에는 없는 독특한 기능도 있다. 핸들 왼쪽 바에 달린 응급 스위치는 편리하다. 추월을 할 때나 옆 차선으로 끼어들 때 이 스위치를 살짝 누르면 비상등이 세 차례 깜빡인다. 운전 예의를 지키는 데 요긴한 장치다.
쌍용차의 매력은 사륜구동 기술이다. 현대·기아차가 승용에서 강하다면 쌍용차는 사륜구동에서 앞서 있다. 카이런도 일반도로에서 후륜구동으로 주행하다 눈길이나 험로를 만나면 간단한 스위치 조작으로 사륜구동으로 바꿀 수 있다. 핸들 오른쪽 아래에 달린 스위치를 4H(하이)로 변환해주면 자동으로 전환된다. 험로 탈출이나 눈 속에 빠졌을 때는 4L(로)로 바꿔주면 된다. 올겨울처럼 눈이 많이 올 때 필수 장치다. 이 차에는 ▶세이프티 선루프 ▶사이드·커튼 에어백 ▶자세제어장치(ESP) ▶18인치 하이퍼실버 휠이 기본으로 달렸다.
카이런은 국산차로는 드물게 지난해 파리~다카르 간 9574㎞의 험준한 코스를 달리는 ‘다카르 랠리’를 완주하기도 했다. 가격은 2295만~ 3307만원.
김태진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