뛰는 원유·구리값 … 나는 원자재 펀드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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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12면

원자재 펀드가 다시 날아오르고 있다. 원유 같은 국제 원자재 가격이 오르면서 원자재 펀드들이 수익률 상위권을 휩쓸고 있다.


증권 정보업체 에프엔가이드(www.fnguide.com)에 따르면 이달 12~18일 1주일간 펀드 수익률 1~5위는 모두 원자재 펀드가 차지했다. 1위인 블랙록월드광업주증권자투자신탁(주식)(H)(A)은 1주일 수익률이 5.66%였다. 이 기간 해외주식형 펀드 전체 평균 수익률(1.72%)의 3.3배다. 각종 천연자원에 투자해 이런 수익을 올렸다.

돈도 몰리고 있다. 블랙록월드광업주증권자투자신탁에는 최근 1개월간 649억원이 들어왔다.

원자재 가격이 오르면서 자원 부국인 러시아·브라질 펀드도 짭짤한 실적을 내고 있다. 12~18일 러시아 펀드의 수익률은 3.73%, 브라질은 3.5%였다. 앞으로 러시아·브라질 경제가 좋아질 것으로 보고 외국 투자자들이 뛰어들어 이 지역 주식 값을 올려 놓은 것으로 풀이된다.

원자재 가격의 상승 흐름은 이달 초 시작됐다. 미국 현물 시장에서 서부텍사스유 가격은 이달 초 배럴당 72달러에서 23일(현지 시간) 79달러로 약 3주일 새 9.7% 상승했다. 런던 금속거래소의 구리 선물 가격도 지난 5일 t당 6280달러에서 23일 7130달러로 13.5%나 올랐다.

이렇게 원자재 가격이 오르는 이유는 크게 두 가지다. 전 세계적으로 경기가 회복돼 원자재 수요가 늘 것이란 기대감과 인플레이션에 대비한 투자 때문이다. 전 세계적으로 경기 부양을 위해 막대한 돈을 풀어댄 결과로 화폐 가치 하락(인플레이션)이 우려되는 상황이어서, 투자자들이 실물 자산인 원자재를 찾고 있다는 설명이다. 하나대투증권 김대열 펀드리서치 팀장은 “주의할 점은 경기 회복이 여의치 않다는 신호가 나올 때 원자재 가격이 급락할 수 있다는 것”이라며 “자산을 원자재에 ‘올인’하지 말고, 분산 투자처의 하나로 활용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조언했다.

◆“구리가 증시의 가늠자”=메리츠증권은 24일 ‘구리 가격이 주가지수 상승을 예고하고 있다’는 내용의 보고서를 냈다. 구리는 각종 전기·전자 제품의 필수 재료로, 경기에 따라 수요가 늘고 준다. 가격도 경기 사이클과 거의 일치한다. 실제 글로벌 경기가 회복 조짐을 보이기 시작한 지난해 4월께부터 영국 런던금속거래소의 구리 선물 가격과 미국 뉴욕 증시 다우존스 산업지수는 똑같은 모양으로 오르내렸다. <그래픽 참조>


투기적 거래가 많이 줄었는데도 구리 값이 계속 오르 는 것이다. 메리츠증권 심재엽 투자전략팀장은 “경기가 회복돼 구리 수요가 늘고 있다는 방증”이라 고 말했다.

권혁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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