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벌 도약 위해 ‘세계 영업망’ 접수 나서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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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09면

포스코가 결국 대우인터내셔널을 품을 것인가. 24일 인수의향서(LOI) 제출로 포스코의 대우인터내셔널 인수전이 본격적으로 전개되기 시작했다. 포스코는 일찌감치 의욕을 보여왔다. 정준양 회장이 지난달 “대우인터내셔널 인수를 가장 우선순위에 놓고 검토 중”이라고 공개했고, 각종 인수합병(M&A)에 쓸 돈으로 성장투자비 3조원을 책정해 놓은 상태다. 포스코 관계자는 “외부 조달도 가능하기 때문에 인수자금 조달은 전혀 문제가 되지 않는다”고 말했다.

예전 ㈜대우의 무역부문이 갈라져 나와 생긴 대우인터내셔널은 상사와 해외자원 개발을 양대 축으로 하는 회사다. 포스코 측은 두 부문 모두 상당한 시너지 효과를 낼 수 있다고 설명한다. 글로벌 종합소재 메이커라는 회사의 목표 달성에 꼭 필요하다는 것이다. 상사 부문의 경우 포스코의 철강 수출 물량의 37%가 대우인터내셔널을 통해 이뤄진다. 세계 경기회복에 따라 수출 물량이 더 늘어날 것을 감안하면 수출 채널의 중요성은 더 커진다. 한국투자증권 최문선 애널리스트는 “포스코가 동남아 등 해외시장 확대를 꾀하고 있는 점에 비춰 상사 부문을 갖춘 대우인터내셔널 인수를 긍정적으로 보고 있다”고 말했다.

해외자원 개발 부문도 포스코에는 매력적이다. 현재 9개의 에너지 자원과 6개의 주요 광물자원 개발사업을 하고 있다. 페루(원유)·오만(가스)·베트남(가스)에서는 에너지를 상업 생산 중이다. 매년 250억~350억원의 수익이 나온다. 2013년부터 본격적인 생산에 들어갈 것으로 보고 있는 미얀마 가스전의 경우 대우인터내셔널이 최대 지분을 가진 운영권자다. 우즈베키스탄 35·36광구의 운영권도 갖고 있다. 철광석 등 원료를 100% 수입하고 있고, 자회사인 포스코파워를 통해 에너지 사업을 하고 있는 포스코로서는 구미가 당기지 않을 수 없다. 지구촌 곳곳에 거미줄처럼 뻗어 있는 해외영업망도 큰 자산이다. 대우인터내셔널은 60여 개국에 현지 법인과 지사 등의 해외거점이 106개에 이른다.

익명을 원한 포스코 관계자는 “대우인터내셔널이 개발 중인 자원을 확보한다는 직접적인 이점도 있지만 자원개발 과정에서 구축한 해외 네트워크가 매우 유용하게 활용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게다가 대우인터내셔널은 교보생명 주식 24%를 보유하고 있다. 그동안 철강·에너지 등 중후장대한 사업만 해온 포스코에는 금융업의 ‘맛’을 보면서 실력을 기를 수 있는 기회가 될 수 있다.

물론 포스코가 대우인터내셔널의 새 주인이 되기까지는 넘어야 할 산이 있다. 대우파트너스컨소시엄 등 경쟁자를 따돌리고 입찰 적격자로 선정돼야 할 뿐만 아니라 실사 뒤 이뤄지는 본 입찰에서 한국자산관리공사(캠코)와의 가격 협상에 성공해야 한다. 캠코 고위 관계자는 “공적자금을 회수하는 문제인 만큼 가격이 가장 중요하다”면서 “이르면 상반기 중에 새로운 주인이 모습을 드러낼 것”이라고 말했다.

이상렬·김선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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