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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가 있는 아침] 도종환 '초겨울'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07면

올해도 갈참나무잎 산비알에 우수수 떨어지고

올해도 꽃진 들에 억새풀 가을 겨울 흔들리고

올해도 살얼음 어는 강가 새들은 가고 없는데

구름 사이에 별이 뜨듯 나는 쓸쓸히 살아 있구나.

- 도종환(1945~) '초겨울'

이 시를 읽으면서 나는 시의 내용보다 시의 행간을 천천히 돌아다닌다. 행과 행 사이의 넓은 여백에 하루하루를 살아가는 한 인간의 모습이 보인다.

때로 기쁘고, 슬프고, 행복하고, 고단한 나날들. 삶은 어찌 보면 자기 자신에 대한 연민 아니더냐? 세상의 모든 것들을 탈탈 털어버리고 그대 오늘 이 세상에 홀로 쓸쓸하라. 구름 사이로 뜨는 별처럼….

김용택(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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