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도 갈참나무잎 산비알에 우수수 떨어지고
올해도 꽃진 들에 억새풀 가을 겨울 흔들리고
올해도 살얼음 어는 강가 새들은 가고 없는데
구름 사이에 별이 뜨듯 나는 쓸쓸히 살아 있구나.
- 도종환(1945~) '초겨울'
이 시를 읽으면서 나는 시의 내용보다 시의 행간을 천천히 돌아다닌다. 행과 행 사이의 넓은 여백에 하루하루를 살아가는 한 인간의 모습이 보인다.
때로 기쁘고, 슬프고, 행복하고, 고단한 나날들. 삶은 어찌 보면 자기 자신에 대한 연민 아니더냐? 세상의 모든 것들을 탈탈 털어버리고 그대 오늘 이 세상에 홀로 쓸쓸하라. 구름 사이로 뜨는 별처럼….
김용택(시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