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고채 값 너무 올랐다" 회사채로 매수세 확산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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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1면

지난해 한보철강 매각 실패 책임론이 나왔을 때 한국자산관리공사 정재룡(鄭在龍.사진)사장은 마음이 불편했다.

계약 체결 당사자는 아니었지만 계약 직후 한보철강의 채권이 자산관리공사로 대거 넘어오면서 최대 채권자로서 도의적인 책임을 느꼈기 때문이다.

鄭사장의 목소리에 오랜만에 힘이 실렸다. 부즈앨런 컨설팅이 한달 동안 분석한 끝에 분리매각이 골자인 매각 방안을 내놓으면서 한보철강 매각이 급류를 타게 됐다.

채권단 협의와 관계장관회의, 법원 인가 등 절차가 남았지만 鄭사장은 "부실기업 매각의 모범 사례로 만들겠다" 는 의욕을 보였다.

- 부즈앨런의 권고안대로 매각이 진행되나.

"아직 절차가 많이 남았다. 우선 채권단이 동의해야 한다. 법정관리 상태라서 법원의 인가도 필요하다. 관계장관회의에 보고도 해야 한다. 이런 절차를 마치는데 한달은 걸릴 것이다. "

- 부즈앨런은 분리매각 방식을 제안했는데 일괄매각보다 이점이 있나.

"코렉스 방식의 B지구는 짓다가 중단한 공장인 데다 국제적으로도 이런 설비를 사용하는 곳이 적어 매각이 현실적으로 어렵다.

반면 A지구는 영업이익을 내고 있어 조속한 매각이 가능하다. 서로 성격이 다른 A.B공장을 일괄 매각하려면 인수자를 찾기 어렵고, 제값도 받기 힘들다. 분리 매각은 인수자의 부담을 덜어주므로 팔기도 쉽다. B지구는 중국.동남아 등에 설비를 떼어 팔고, 땅은 땅대로 팔면 제값 받기가 수월할 것이다."

- 매각은 언제 마무리하나.

"인수자가 나타나면 당장이라도 가능하다. 마땅한 인수자가 없으면 예상외로 시간이 걸릴 수도 있다. 국제 철강 생산이 포화 상태인만큼 적절한 인수자를 찾을 수 있을지 속단하기 어렵다. "

- 지난해 네이버스 컨소시엄과의 1차 매각 때는 계약 파기의 경우에 대한 벌칙 조항을 넣지 않은 점이 지적됐는데.

"이번에는 계약을 파기할 경우 계약금액의 일정액을 떼는 식의 구속력 있는 계약(바인딩 오퍼)을 추진할 계획이다. 세계적인 철강업체 매각 전문 회계법인이나 증권사 등을 매각 자문사로 정해 매각을 일임하기로 한 것도 국제관례에 따라 공개적이고 투명한 절차가 이뤄지게 하기 위해서다. "

- 지난해 중후산업이 제안한 수의계약은 백지화한 것인가.

"네이버스 컨소시엄과의 계약은 지난해 10월 2일 공식 해지됐다. 중후산업은 이 계약을 승계하겠다고 제안했는데 이미 사라진 계약을 승계할 수는 없는 것 아닌가. 중후산업이 인수 의사가 있다면 공개 입찰을 통해 투자 제안서를 내고 다른 인수대상 기업들과 경쟁해야 할 것이다."

- 연초부터 유러머니 등 해외 언론 7곳에서 10개의 자산유동화증권(ABS)발행상을 받는 등 상복이 터졌는데.

"한국 정부의 구조조정 노력과 부실채권 정리 노하우가 국제사회에서 인정을 받았다는 방증이 아니겠는가. 한보철강 매각도 이런 차원에서 국내 부실기업 매각의 모범사례가 될 수 있도록 추진하겠다."

이정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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