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혁 색 진하게" DJ 모험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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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3면

김대중(金大中.DJ)대통령이 29일 교육부총리에 한완상(韓完相)상지대 총장을 기용한 것은 '의외' 라는 게 정치권.관계의 대체적 반응이다.

지난해 말 정부조직법 개정안(경제.교육부총리 승격)의 국회 통과 뒤 청와대 주변에서 거론된 인선안에 '韓부총리' 의 이름은 없었다.

이돈희(李敦熙)교육부장관은 승진하고, 진념(陳稔)재정경제부장관이 물러날 것이라는 관측이 한때 우세했다.

그러나 결과는 반대로 나왔다.

무엇보다 김영삼(金泳三.YS)정권 초기 통일부총리에서 개운치 않게 물러났던 韓부총리를 DJ가 중용한 것은 뜻밖이다.

당시 비전향 장기수인 이인모(李仁模)씨의 북송 등 그가 추구한 대북 화해 정책은 그후 YS정권의 부담으로 작용했다.

그런 점에서 '한완상 카드' 는 金대통령의 '인사 모험' 이라는 평가가 여권에서 나온다.

특히 현 정부 출범 뒤 3년간 국가 백년대계를 맡은 교육부장관을 다섯명(이해찬.김덕중.문용린.송자.이돈희)이나 바꾼 데서 오는 정책 일관성 시비를 무릅쓰고 기용했기 때문이다.

여권 고위 관계자는 "金대통령은 韓부총리가 다듬어온 개혁 면모를 집권 후반기의 국정 이미지로 활용하려는 것" 이라고 인사 배경을 설명했다.

그동안 韓부총리는 "DJ정권이 개혁을 완수하려면 혁명 때보다 단단한 주체세력을 만들어야 한다" 고 강조해 왔다.

여기에다 韓부총리는 DJ의 대북정책을 뒷받침해 왔다. 지난해 10월 노동당 창건 55주년 기념식에 남측 대표단장으로 평양을 다녀온 그는 "북한이 변하지 않는다는 탓만 할 게 아니라 우리가 변하지 않고 있음을 부끄럽게 생각해야 한다" 고 주장했다.

그는 1980년 '김대중 내란음모사건' 으로 金대통령과 함께 옥고를 치렀다. 민주당 관계자는 "87년 DJ.YS 후보 단일화 문제로 한때 틈새가 벌어졌으나 金대통령의 그에 대한 신임은 각별하다" 고 말했다.

金대통령은 지난 8.7 개각 때도 그를 교육부장관에 기용할 것을 검토했다고 한다. 이 관계자는 "지난 8.30 전당대회 직후 韓부총리가 당 대표로 온다는 소문도 있었다" 고 소개했다.

그러나 교육계의 보수적인 풍토에 맞느냐는 의문이 일각에서 강하게 제기된다. "韓부총리의 진보적 색채가 드러날 경우 교육계에 색깔 논쟁이 돌출할 가능성이 있다" 는 게 정부 일각의 걱정이다.

陳장관을 경제팀장으로 내세운 것은 "2월 말까지 4대 부문 개혁을 마무리하겠다는 金대통령의 의지가 반영된 것" 이라는 평가가 압도적이다. 최근 증시.자금시장이 안정됐다는 점도 감안됐다고 한다.

이양수 기자

사진=김형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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