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남북경협 두 축 흔들려서야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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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2면

최근 남북 경협을 둘러싼 실망스러운 일들이 잇따르고 있어 걱정스럽다.

금강산 관광이 중단 위기에 빠지고 한성선박의 남포항 입항이 차질을 빚으면서 임가공 교역에 비상이 걸렸다.

남북 경협의 중심축이라 할 두 곳이 동해안의 장전항과 서해안의 남포항이다.

장전항이 남북간 인적 교류의 상징성을 지닌다면 남포항은 임가공 사업을 위한 물적 교류의 전진 기지다.

그런데 지금 이 교류의 두 축이 흔들리고 있는 것이다. 사태가 이 지경에 이른 데에는 과다한 지불금, 운송료를 둘러싼 잡음 등 여러가지 이유가 얽혀 있다.

현대는 이달부터 금강산 관광 대북 지급금을 이전의 절반 수준인 6백만달러(약 70억원)로 줄일 계획이며 북측이 이를 받아들이지 않을 경우 다음달부터 관광이 아예 중단될 수 있다.

지난 2년여간 금강산 사업에서만 4천억원 이상의 손실을 본 현대는 지급금 조정을 북측에 요청했지만 북측이 완강한 자세여서 그같은 결정을 내리게 됐다고 한다.

남북 임가공 교역 업체들은 정기 컨테이너 선박의 남포항 입항을 북측이 두달째 거부한 데 항의해 오는 30일 임가공 교역 중단을 결의할 예정이다.

지난해 남북 임가공 교역 규모가 1억2천여만달러(11월 말)에 이르고 한성선박의 인천~남포항 항로를 이용한 교역이 95%를 차지했다.

북측의 입항 거부로 두달새 우리 기업이 본 피해액이 1천8백만달러이고 일부 중소기업은 부도 위기에까지 내몰리고 있다.

임가공 교역 업체들이 가뜩이나 선적 단가가 비싸 어려움을 겪어 온 데다 설상가상의 사태가 빚어진 것이다.

금강산 관광사업의 상징성을 고려할 때 현대와 북측의 협상 결렬로 관광 중단 사태에 이른다면 남북관계에 먹구름을 몰고올 수 있다.

또한 남북 임가공 교역의 중요성이나 규모를 생각해볼 때 한성선박을 둘러싼 갈등도 그냥 지나칠 일이 아니다.

더욱이 경의선 복구 건설과 개성공단 건설 등 경협 활성화 조치들이 현실화하고 경협의 법적.제도적 장치들이 자리를 잡아나가야 할 시기에 북측이 고답적이고 안이한 태도를 보여 참으로 답답하다.

북한 김정일(金正日)국방위원장이 올 초부터 경제 재건을 위한 '신사고' 를 부르짖고 개방 확대 움직임을 보이는 데 대해 우리는 기대감을 갖고 있다.

이러한 때 경협 과정에서 나타난 일부 문제를 잘못 처리해 큰 갈등으로 비화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

사태가 더 꼬이기 전에 해결의 실마리를 찾아야 하며 북측이 결단의 자세를 보여야 한다.

특히 金위원장의 '신사고' 가 남북관계의 실무선에까지 파급돼 탄력적이고 융통성 있는 해법을 찾기를 촉구한다.

우리 기업인들과 국민은 금강산 관광이나 남포항 입항을 둘러싼 갈등을 북측이 어떻게 해결하는가를 지켜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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