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수처리장·매립장 쉼터 탈바꿈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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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3면

쓰레기매립장과 하수종말처리장은 주민들이 기피하는 대표적 혐오시설들이다.

특히 사용이 끝나면 별다른 용도가 없어 장기간 방치되기 일쑤여서 환경오염의 원인이 되기도 한다.

그러나 혐오시설들도 활용하기에 따라서는 주민들로 부터 사랑받는 공간으로 만들 수 있다.

실제로 일부 지방자치단체들은 혐오시설에 자연학습장이나 생태공원을 꾸미고, 무공해 농작물을 재배하는 등 시민 휴식공간 조성에 나서 '님비(NIMBY)' 추방의 본보기가 되고 있다.

◇ 고양시〓경기도 고양시 일산구 법곶동 고양 하수종말처리장 내 최종 침전지가 청둥오리 등 야생 조류들의 새로운 쉼터가 됐다.

직경 42.5㎝ 규모의 원형 최종 침전지 여덟 곳에는 요즘 하루 1백~3백마리의 청둥오리가 날아들고 있다.

한겨울에도 수온 14도 정도의 따뜻함을 유지하는 이 하수처리장에서는 미생물 처리 방식으로 오수를 정화, 화학약품의 독성을 없앴다.

이에 따라 새들이 물 위에 떠있는 미세한 하수 슬러지와 수박.오이 등 각종 과일 씨 등을 먹을 수 있다.

시 환경사업소는 새로운 철새 휴식처가 된 이 곳을 매일 오전 9시부터 오후 5시까지 시민.학생 등에게 자연학습장으로 개방하고 있다. 031-961-2598.

◇ 광주시〓북구 운정동에 위치한 시립위생매립장에서는 참외와 방울 토마토를 재배하고 있다.

지난 27일 김종생(金鍾生.42.기계원 8급)씨 등 매립장 관리사무소 기능직 공무원 5명이 63평 규모의 비닐하우스에서 다음달 수확할 참외를 가꾸느라 비지땀을 흘리고 있다.

직원들이 농작물 시험 재배에 착수한 것은 1999년 10월. 이곳에서 나오는 메탄가스를 활용하려는 의도에서 직원들은 박봉을 쪼개 마련한 8백만원을 들여 메탄가스를 연료로 물을 데우는 보일러와 송수관을 비닐하우스에 설치했다.

이듬해 2월 방울 토마토 1백상자(5㎏들이)를 처음 수확한 이들은 보건환경연구원.서울시립대.환경관리공단 등 전문 기관들을 돌아다니며 수확한 작물들이 인체에 무해하다는 판정을 받아냈다.

이에 힘업어 올해에는 비닐하우스에 온수를 순환시켜 열효율을 높이는 라디에이터를 설치하고 경북 상주에서 사온 참외씨를 심었다.

金씨는 "사람들의 노력에 따라서는 쓰레기 매립장도 유익하게 활용할 수 있음을 보여주고 싶었다" 라고 말했다.

◇ 남양주시〓경기도 남양주시는 용도가 끝난 쓰레기매립장 세 곳을 사들여 시민 휴식공간으로 활용하기로 했다.

시가 매입할 곳은 1995~96년 문을 닫은 일패동 쓰레기매립장(1만2천4백20평), 오남면 오남쓰레기매립장(1천1백92평), 화도읍 창현쓰레기매립장(3천2백83평)등 사유지 세 곳.

시는 이를 위해 올해 20억원, 내년 31억원 등 모두 51억원을 투입한다.

이어 세 곳 매립장 내 국.공유지인 3천5백90평까지 합해 내년부터 연차적으로 주말농원과 근린공원.체육시설(족구장.농구장)등을 조성할 방침이다.

남양주〓전익진.광주〓구두훈 기자

사진=안성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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