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DVERTISEMENT

신용카드, 가계대출 시장 성큼성큼 잠식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11면

물품을 구입할 때 편리하게 사용돼야 할 신용카드가 본래의 주기능을 상실한 채 급전이 필요한 개인들에게 가계자금 대출 용도로 이용되고 있다.

선진국의 경우 신용카드 사용에서 카드 대출 비중이 20~30%에 불과하지만 국내에선 60% 선이다.

이는 카드사들의 공격적인 마케팅 전략과 무분별한 사용이 맞물린 현상이라는 지적이다.

27일 한국은행이 발표한 '최근 신용카드업 동향' 에 따르면 지난해 9월 말 현재 현금서비스와 카드론 등 신용카드를 이용한 순수 대출 잔액(신용판매 제외)은 총 16조1천억원으로 1999년 말의 7조8천억원보다 1백% 이상 증가했다.

이 결과 가계대출에서 차지하는 신용카드사의 대출 점유율도 99년 말 5.4%에서 지난해 9월 9.3%로 늘어났다.

한국은행 관계자는 "카드사의 경우 대출 절차가 비교적 간편한 데다 시장 점유율을 늘리기 위해 공격적인 마케팅을 펼친 것이 가계대출 증가로 나타난 것으로 보인다" 며 "지난해 말 경기둔화로 가계가 어려웠던 점을 감안하면 최근 신용카드사 대출 규모는 더 늘어났을 것으로 추정된다" 고 말했다.

현재 은행들은 신용도가 낮은 개인에 대한 대출을 기피하면서 주택담보 대출 등에 주력하고 있는 상황이다.

이에 최근 카드사들은 편리함을 내세우며 대출상품을 경쟁적으로 내놓고 있다.

보증인.담보 없이 인터넷.전화.팩스를 통해 대출을 신청하면 1~10분 이내에 고객들의 계좌에 입금해준다. 이동 중 무선인터넷으로 신청하면 최고 1천만원까지 빌릴 수 있는 상품까지 선보일 정도다.

이와 관련, 카드 사용자들은 높은 금리에 대해 불만을 표시하고 있다.

실제로 지난해 9월 중 은행의 신규 가계대출 평균 금리는 연 9.76%였던 데 비해 카드사의 현금서비스 수수료는 연 19.8~29%, 카드론 금리는 연 9~19%, 연체 수수료는 연 29%인 것으로 조사됐다.

녹색소비자연대 원창수 실장은 "최근 전반적인 금리 하락으로 카드사의 자금 조달 금리가 낮아지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대출 금리를 현상 유지하는 것은 문제" 라'며 "특히 최근 카드사의 수익구조가 좋아지고 있는 점을 감안, 금리를 낮출 필요가 있어 보인다" '고 말했다.

하지만 여신금융협회 박세동 이사는 "카드사 대출 금리는 회수 불능으로 처리되는 대출을 감안해 책정되는 것" 이라고 전제, "외국과 비교해도 국내 신용카드 이용 금리가 높은 것은 아니다" 고 밝혔다.

하재식 기자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