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요영화] KBS1 '레드 바이올린'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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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5면

레드 바이올린 (KBS1밤 11시20분)〓바이올린의 선율이 감미롭게, 혹은 격정적으로 흐르는 음악영화다. 필하모니아 오케스트라의 반주에 맞춰 조슈아 벨의 능숙한 연주가 이어진다. 지난해 아카데미 작곡상을 수상했다.

주인공이 바이올린이라는 점도 특이하다. 유명 작곡가.연주가를 내세우는 통상의 음악영화와 달리 영화의 모든 것이 바이올린을 매개로 전개된다. 시간.공간의 이동도 흥미롭다. 17세기 이탈리아 크레모나 지방에서 시작해 1999년 캐나다 몬트리올까지 동서양을 가로지른다.

17세기 이탈리아 장인 니콜로 부조티가 사별한 아내를 그리워하며 부인의 머리카락과 피를 섞어 바이올린을 만든다. 이후 영화는 시간에 따라 바뀌는 바이올린의 주인들을 따라간다.

18세기 오스트리아에서 바이올린을 배우는 고아 소년, 19세기 영국의 천재 바이올리니스트, 20세기 중국 문화혁명기의 음악교사 등이 차례로 등장한다.

'펄프 픽션' '언브레이커블' 등으로 유명한 새뮤얼 잭슨이 몬트리올의 고악기 감정사역을 맡아 이 바이올린에 숨겨진 비밀을 찾아낸다.

굳이 메시지를 찾자면 위대한 예술의 승리. 인간의 고독과 절망, 광기 어린 섹스, 그리고 혁명의 부조리 등이 바이올린이라는 예술품을 통해 하나로 융합되는 모양새다. 프랑수아 지라드 감독. 98년작. 원제 Le Violon rouge(The red violin).

박정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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