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설

멀리서 내달리고 가까이서 주춤거린 MB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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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4면

이명박(MB) 대통령이 성취와 시련 속에서 내일 집권 3년차를 시작한다. 한국은 지금 선진국의 문턱에 서 있다. MB가 성공한 대통령이 되느냐는 이 문턱을 통과하는 데 지대한 영향을 미친다. 대통령은 2년의 공과를 냉정히 평가하고 교훈을 새겨 남은 3년에 임해야 한다.

MB의 시대적 과제는 두 가지다. 하나는 진보정권 10년 동안 흐트러졌던 국가 정체성과 법·원칙·질서를 바로잡는 것이다. 남북관계도 원칙의 반석 위에서 새 활로를 모색해야 한다. 다른 하나는 강건한 경제를 구축하고 사회·복지·교육 등에서 선진화 초석을 놓는 일이다.

‘국가 바로잡기’에서 MB는 초반에 적잖은 시행착오를 거듭해 실점했다. 첫 내각은 도덕성 혼란에 휩싸였고 2008년 4월 총선 공천파동은 집권세력을 둘로 쪼개놓았다. 응집력은 약해졌고 광우병 촛불사태가 터지자 정권은 크게 흔들렸다. MB는 무질서와 폭력에 정권의 심장부를 내주고 청와대 뒷산으로 갔다.

그러나 MB는 국민을 실망 속에 남겨두지는 않았다. 당정의 전열을 정비하고 정권의 복원력을 가동시켰다. 세계 경제위기를 맞아 MB는 일하는 대통령의 특장을 보여주었다. MB정권은 시대과제에서 성취를 기록해 나가기 시작했다. 쌍용차 사태와 철도파업 등 각종 불법행위를 원칙으로 처리하면서 법과 질서를 확립해 나갔다. 원칙적인 대북정책도 일단 궤도에 올랐다. 김대중·노무현 대통령의 서거정국과 미디어법 파동 등을 통해 반대세력은 정권을 시험했다. 하지만 정권은 흔들리지 않았다. 정부의 주도와 민간의 노력으로 한국은 선도적으로 경제위기를 탈출하고 있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30개국 중에서 지난해 플러스 성장은 한국과 호주뿐이다. 녹색성장에서도 한국은 세계의 주목을 받고 있다. 이런 성취가 겹쳐 한국은 G20 의장국이 되었고 400억 달러 원전 수주라는 새로운 지평을 열었다.

MB는 멀리서 성공했고 가까이서 실패했다. MB는 정권 내부의 단합을 통해 동력을 극대화했어야 했다. 그러나 그는 박근혜 전 대표를 끌어안지 못했다. 비주류 공천 학살 파동으로 ‘국정의 동반자’ 약속은 깨졌다. 집권세력에는 깊은 골이 패었다. 이 골이 없었더라면 쇠고기 촛불사태 때 MB가 그렇게 일방적으로 당하진 않았을 거다. 그리고 세종시 수정이 이렇게 벼랑 끝에 몰리지도 않을 것이다.

이제 3년차가 시작된다. MB 앞에는 산적한 과제가 놓여 있다. G20 회의도 성공시켜야 하고, 살얼음 위에 있는 북한 정권도 안정적으로 다루어야 한다. 교육개혁, 4대 강 사업, 세종시, 재정적자 완화, 일자리 창출 등 숙제가 많다. 이제라도 늦지 않았다. 금이 많이 갔지만 거울이 완전히 깨진 건 아니다. MB는 바깥의 도전에 응전하기 위해 내부의 단합을 다져야 한다. 외치(外治)와 내치는 성공이란 새의 두 날개다. 내치의 성공 없이 성공한 대통령은 없다. MB는 빙상 트랙 5바퀴 중 이제 겨우 두 바퀴를 돌았다. 메달 색깔은 남은 세 바퀴에서 결정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