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DVERTISEMENT

[다카르랠리] 스포티지, 위기넘어 완주까지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17면

미쓰비시.도요타.메르세데스 벤츠 등 유명 자동차회사 경주차들도 절반 가까이 탈락한 '21일간의 사투' 동안 출전 차량 대부분은 완주까지 숱한 위기를 넘겼다.

기아 스포티지도 마찬가지였다. 경주 기록을 하염없이 깎아먹는 답답한 순간은 물론 완주를 걱정해야 하는 위기 상황도 거의 매일 찾아왔다.

첫번째 복병은 지난 4일 스페인 카스테옹 코스타 아자르 해변에서 펼쳐진 3일째 경쟁 구간에서였다.

스포티지 2호차는 스펀지처럼 반발력을 흡수하는 고운 모랫길에 당황, 도착지점을 불과 5~6m 앞두고 모래밭에 발이 묶였다.

달려가는 가속력으로 넘어야 하는 모래 구덩이 구간에서 앞차를 피하려다 속도를 줄이다 보니 모래밭에 빠졌다.

헛바퀴만 돌던 2호차는 10여분 이상 모래와의 싸움 끝에 탈출했으나 6㎞ 경쟁구간을 20분 넘게 달려 전날 11위에서 82위로 처졌다.

지난 11일 모리타니의 엘 갈라위야~아타르 경쟁구간 4백35㎞에서 기아팀은 최대 위기를 맞았다.

수십m 높이의 듄(모래 언덕)이 끝없이 계속되는 에르그 구간에서 1호차와 2호차가 나란히 당했다.

1호차는 가파른 듄 정상에서 차량 앞부분부터 바닥으로 떨어져 앞 범퍼는 물론 양쪽 헤드라이트가 깨지며 발이 묶였다.

같은 시간 불과 모래 언덕 하나를 사이에 두고 있던 2호차는 동력 전달장치인 프런트 액슬이 고장나 역시 멈춰섰다.

수리하는 동안 날은 저물고 이날 통과해야 하는 체크 포인트 네곳 가운데 세곳을 남겨두고 있던 1, 2호차는 결국 두세번째 체크 포인트를 거치지 않고 질러가는 지름길을 택해 24시간 페널티를 받았다.

두세번째 체크 포인트를 고집했다면 12일 휴식일 늦게라도 숙영지에 도착할 수 있었겠지만 고장난 프런트 액슬을 수리하기 어려웠기 때문이다.

페널티를 받는다는 사실을 뻔히 알면서도 완주하기 위해 체크 포인트를 거치지 않는 비상 수단을 쓸 수밖에 없었다.

마지막 위기는 지난 15일 찾아왔다. 1호차가 돌길 구간에서 과속하다 높이 1m 가량의 바위를 미처 피하지 못하고 들이받았다.

1호차는 이날 경주는 마쳤지만 이때 엔진 밸브가 손상돼 결국 나흘 뒤인 19일 중도 탈락했다.

신준봉 기자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