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간 리뷰] '모택동 비록'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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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0면

문화대혁명, '4인방 체포' , 덩샤오핑(鄧小平) 복권 등 중국 현대사를 수놓은 큰 사건들의 막전과 막후를 입체적으로 복원한 『모택동 비록』은 특히 문혁이 일어나게 되기까지의 과정에서 드러난 마오쩌둥(毛澤東)과 류사오치(劉少奇)의 갈등을 생생하게 그리고 있다.

물론 두 사람간의 권력 갈등이 문혁의 커다란 배경을 이루고 있다는 점은 잘 알려진 사실. 그러나 이 책에서는 毛가 대약진운동을 추진하다 맞이하게 된 곤경과 이를 탈피하기 위해 문혁을 촉발하는 과정의 세부 사항들이 촘촘하게 나열돼 있다.

또 문혁의 방향을 극단으로 치닫게 했던 4인방의 성공과 좌절, 특히 毛의 미망인으로 4인방을 이끌었던 장칭(江靑)이 예젠잉(葉劍英)에 의해 체포되는 과정의 전말은 소설을 읽는 듯한 재미를 자아낸다.

은밀하게 진행돼 온 중국 공산당의 권력 갈등을 자세하게 들여다 보기에는 안성맞춤의 저술이다.

1999년 10월 중국은 건국 이후 여러 사안들에 대한 상당부분의 자료를 일반에 공개했다. 이를 토대로 중국에서 쏟아져 나온 수많은 저작물을 일본 산케이(産經) 신문이 다시 취합해 사건의 전체 면모를 치밀하게 복원해 낸 것이다.

따라서 사건을 직접 체험한 사람의 증언에서 나올 법한 생생함은 찾아볼 수 없다. 하지만 사건의 인과관계를 제대로 짚어내 이를 정밀하게 엮었다는 점은 크게 평가받을 만하다.

권력 상층부에서 소용돌이치는 암투와 이로써 휘청거리는 현대 중국사의 전개과정을 보노라면 『삼국지』류가 풍기는 무협지적 재미에 앞서 씁쓸함이 먼저 다가온다.

유광종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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