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축구 4강의 힘 벨기에로 빌려주세요"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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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멋진 경기장을 짓고 월드컵 4강까지 오른 한국의 힘을 빌려주세요."

벨기에 다섯째 도시 나뮤르에서 네 명의 신사가 지난주 서울에 왔다. 'UR 나뮤르'라는 프로축구단의 장 클로드 보다르(사진)구단주와 부회장.고문변호사 등. '나뮤르 프로축구단 부흥 프로젝트'를 알리고 투자자를 찾기 위해서다.

벨기에 수도 브뤼셀에서 남쪽으로 50km쯤 떨어진 나뮤르는 교통의 중심지에다 식품산업이 크게 발달한 곳. 한데 이곳 프로축구단은 3부리그 하위권을 헤매고 있다. 그래서 주민들은 고향 팀을 외면하고 설기현이 속했던 안더레흐트 같은 명문팀 경기를 보러 다녔다.

구단과 시에서는 "우리도 제대로 된 팀을 만들어 1부로 올라가고, 유럽 챔피언스리그에도 나가보자"며 3년 전부터 뜻을 모았다. 경기장을 짓는 게 급선무였다. 시내 요지에 땅을 마련해 1만5000석 규모의 축구전용구장 건립을 추진했다. 그 무렵 2002월드컵이 열렸고, 한국의 화려한 월드컵 경기장과 태극전사의 활약이 번쩍 눈에 들어왔다. "한국의 기술로 경기장을 짓고, 자본도 유치해 보자"고 의견이 일치됐다. 그리고 선교단체인 위디(Withee)국제선교회를 통해 한국과 접촉을 시작했다.

쇼핑몰.스포츠센터 등이 함께 들어설 이 경기장의 건립 비용은 약 4000만달러(480억원). 여기에 투자하는 기업에 경기장 건설공사 수주와 쇼핑몰 분양 등에 우선권을 주겠다는 게 이들의 계획이다. 경기장 펜스와 축구팀 유니폼에 광고도 할 수 있다. 보다르 구단주는 "나뮤르가 한국 기업과 상품의 유럽 전진기지 역할을 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국내 연락처는 위디선교회 문창선 목사(031-443-4680).

정영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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