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재 털었지만 … '납세 지킴이' 보람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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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02면

"연봉 2500만원 이하 근로자들은 올해 연말정산을 할 때 장례비.예식비.이사 비용을 잘 챙겨 세금공제를 받아야 합니다."

지난 19일 오후 7시 서울 종로구 교남동 덕산빌딩 5층. 한국납세자연맹(www.koreatax.org) 사무실에서 만난 김선택(44.사진)회장은 올해 연말정산을 할 때 달라지는 점을 열심히 회원들에게 설명하고 있었다.

"74만명의 온라인 회원과 함께 납세자의 권리를 찾고 정부가 세금을 마구잡이로 거두는 일을 감시하는 게 저희의 역할이죠."

납세자연맹이 현재 벌인 사업만 교통부담금 환급운동, 학교용지부담금 불복운동, 중병환자 소득세 환급운동, 국민연금 불복운동 등 10여가지가 된다.

그동안 연맹의 연말정산 환급 대행 서비스를 이용한 2500여명의 근로자가 총 7억원의 세금을 돌려받았다. 올해 12월 말까지로 예정됐던 교통분담금 환급도 연맹의 노력으로 환급기간이 4년 더 연장됐다.

2001년부터 본격적인 활동을 해온 납세자연맹의 인터넷 홈페이지에는 항상 열기가 넘친다. 하루 접속 건수가 2만건을 넘어 시민단체 중 인터넷 접속률 1위다. 세금에 대한 구체적인 정보를 제공하고, 환급 신청도 대행하기 때문이다. "처음에는 저 보고 미쳤다고 하더라고요. 직장 때려치우고 시민운동가로 나선다는 게 쉽지 않았습니다."

대형 건설사인 한양의 세무부서에서 10년간 근무했던 그는 '비업무용 토지와 조세법 실무' '판례법인세법' 등의 책을 내면서 세무전문가로 자리를 굳혔다. 삼일회계법인에 스카우트돼 1년간 근무하기도 했다.

이때 인터넷을 접한 그는 납세자가 의무만 질 뿐 부당하게 낸 세금을 제대로 돌려받지 못하는 현실을 고치자며 동료와 함께 납세자연맹을 출범시켰다.

1억원 가량의 개인 돈을 털어 시민운동가로 새출발했지만 가장 어려운 것은 재정 문제다.

"연맹이 점점 커지면서 운영비 부담도 많아 지난해는 신용카드 돌려막기로 비용을 마련할 정도로 어려웠어요. 버는 돈은 없고 빚만 늘어나니 가족에게 미안하더군요."

하지만 그의 도움으로 세금을 환급받은 사람들이 회비를 내주면서 올해부터 살림살이가 조금 나아졌다. 현재 정기 후원회원은 350명. 한번이라도 후원금을 낸 회원은 1만명이나 된다.

공무원들에게 김 회장은 눈엣가시다. 연맹 홈페이지에는 그를 비난하는 공무원들의 글도 심심찮게 올라온다. 그러나 김 회장은 "국민이 모른다는 이유로 부당하게 세금을 냈다면 얼마나 억울하겠습니까. 저희는 조세행정이 투명해질 때까지 납세 지킴이 역할에 최선을 다할 것"이라고 말했다.

김종윤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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