잇따른 한국 테러 위협 진위는?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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같은 단체로 부터 두 차례에 걸친 테러위협이 나왔다.지난 10일 첫 번째 협박 '성명' 발표 직후 위협의 진위여부에 대해 관심이 집중됐다.이 가운데 공격시점이 다음 주 초라는 것을 다시 한 번 확인하는 협박 글이 18일 아랍 인터넷 사이트에 등장하면서 위협의 심각성이 고조되고 있다.

하지만 아랍 현지의 전문가들과 자문해 본 결과 이번 한국에 테러위협은 '사이버 상의 위협'일 가능성이 높다는 의견이 지배적이다.실체가 알려진 과격 이슬람단체의 '공식성명'은 아니라고 전문가들은 지적했다.이같은 사이버 테러위협은 하루에도 수백건이 인터넷 상에 등장한다는 것이다.

그동안 특별히 알려진 바 없는 '알카에다 동남아조직의 하무디 알미스리 순교자여단'라는 단체는 10일 '문타다'라는 포털사이트에 협박글을 올렸다.회원 등록만 하면 아무나 글을 올릴 수 있는 개방된 사이트다.이 단체는 17일 유사한 형태의 사이트인 '오픈 포럼(알민바르 알후르)'에 1차 협박 글을 '강한 어조의 경고'라는 제목으로 다시 올렸다.그리고 다음 날인 18일 '한국에 대한 2차 경고'를 이 사이트에 실었다.

하지만 위의 두 아랍어 사이트에 올려진 협박 글을 분석해보면 잘 알려진 과격 이슬람단체의 '공식성명'이 아님을 쉽게 알 수 있다.우선 '문타다'에서는 단체이름의 일부분인 '하무디 알미스리'라는 회원이 글을 올렸고 '오픈 포럼 사이트'에서는 역시 단체이름을 딴 '순교자 여단'이라는 회원이 '성명'을 올렸다.심각한 경고라면 다른 회원명을 이용해 각기 다른 사이트에 글을 올릴 필요가 없을 것이라고 전문가들은 지적하고 있다.

여기에 1,2차 협박 글에서 모두 '우리' '당신' 등의 주어와 목적어가 등장하는 대화체 문장을 사용한 점도 과격단체의 일반적 성명과는 다른 점이다.또한 1차 협박글에서는 남성과 여성을 잘못 표기하는 문법적 오류가 나왔고 2차 위협에서는 철자가 틀리기도 했다.

그러나 최근 전세계에서 발생하고 있는 테러 그리고 이라크에서의 인질 납치는 소규모 세포테러조직 혹은 수명으로 구성된 범죄집단이 행한 경우가 많다.카이로 대학의 무스타파 알사이드 정치학과 교수는 "따라서 아무리 사소한 테러위협이라도 심각하게 받아들이고 철저한 대비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카이로=서정민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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