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안법 폐지 열린우리 형법 개정안에 여론은 …여당은…검찰은…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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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앙일보는 우리 주변에서 벌어질 수 있는 13가지의 경우를 상정해 현행 국가보안법과 열린우리당의 형법 개정안을 대비한 데 이어 일반 국민을 상대로 여론조사를 실시했다. 이는 보안법 개폐 논란이 소모적인 이념 논쟁으로 흐르는 것을 막고 국가 안보 차원에서 국민의 뜻을 반영하는 법리 논쟁으로 발전시키겠다는 취지다. 열린우리당과 검찰은 19일 본지가 상정한 모의 사례에 대해 엇갈린 반응을 보였다.

평양 노동당행사 허가없이 참여 "처벌해야" 78%

여당의 형법 개정안과 국민 여론 사이에 커다란 괴리가 있는 것으로 조사됐다. '국내 인사가 북한 노동당 행사에 허가없이 참석했을 경우''북한 공작원에게서 돈을 받고 은신처를 제공했을 경우' 형법 개정안으로는 처벌이 불가능하다고 전문가들이 지적하는 가운데 국민 대다수는 "처벌해야 한다"고 응답했다.

중앙일보가 18일 전국의 20세 이상 남녀 926명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처벌해야 한다는 응답이 가장 많은 사례는 '일본인이 국내에 들어와 정부 기밀을 빼내 자국 정부에 제공한 경우'로 99%가 처벌해야 한다고 했다. '북한 노동당에 가입한 경우'에도 93%가 처벌해야 한다고 응답했다. 그러나 이 두 가지 사례는 열린우리당 개정안으로도 처벌이 가능하다는 해석이 나오고 있다.

이념적 색채를 띤 적용 사례는 저연령을 중심으로 처벌 요구가 상대적으로 엷은 편이었다. '친구와 만나 주체사상을 지지하는 발언을 한 경우'는 54%, '한 연구소에서 김일성 주체사상 연구 강좌를 개설 강의한 경우'는 56%, '김일성 일대기를 읽고 이를 인터넷에 유포한 경우'는 63%로 나타났다. 주체사상 지지 발언의 경우 20대는 35%, 30대는 42%가 처벌해야 한다고 했지만 50대 이상은 79%가 처벌해야 한다고 했다. 주체사상 연구 강좌 개설 및 강의의 경우도 20대는 33%가 처벌해야 한다고 했지만 50대 이상은 80%가 처벌해야 한다고 답했다.

전화로 조사한 이번 조사의 표본오차는 95% 신뢰수준에서 ±3.2%포인트다.

신창운 여론조사전문위원

여당 "형법으로 모든 내란행위 처벌"
검찰 "지나치게 자의적인 법 해석"

열린우리당은 19일 국가보안법을 폐지하고 내란죄를 강화하는 쪽으로 형법을 개정할 경우 여러가지 처벌 공백이 예상된다는 지적에 대해 적극적으로 반박했다.

천정배 원내대표는 간담회를 자청해 "북한은 평화통일을 위한 협력 대상이지만 안보에 위협을 주는 만큼 우리 영토의 일부를 참절하거나 폭동하는 단체로 규정할 수밖에 없는 내란 집단"이라며 "형법은 내란 집단의 모든 안보 위해 행위를 포괄적으로 규정하고 있으므로 처벌에 문제가 없다"고 말했다.

천 대표는 "북한 공작원이 국내에서 기밀을 수집할 경우 형법상 내란죄에 속하는 행위를 분담해 실행한다는 점에서 당연히 내란죄로 처벌할 수 있다"고 주장했다.

이에 대해 검찰 관계자는 "보안법상의 간첩, 회합.통신, 금품 수수 등의 죄를 형법상 내란죄를 적용해 처벌할 수 있다는 주장은 지나치게 자의적인 법 해석"이라고 말했다.

전진배.김성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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