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왕따' 정신병 부른다… 피해자 30% 질환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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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2면

서울 A중학교 2년생 金모군은 최근 친구들이 자기를 해치려 한다는 피해의식에 빠져 환청까지 들리는 증세로 서울대병원을 찾았다.

金군은 1년 전부터 학교에서 집단따돌림(왕따)을 당했고 진단 결과 정신분열증 환자로 판정됐다. 주치의는 "金군은 집단따돌림을 받은 후 피해망상과 의심증이 생겼다" 고 말했다.

집단따돌림을 당하는 학생은 일반 학생에 비해 정신질환에 걸릴 위험이 18배나 높다는 사실이 밝혀졌다.

이는 서울대 의대 조수철(曺洙哲.정신과)교수팀이 보건복지부 의뢰로 지난해 서울 시내 16개 중학교 1, 2학년 학생 2천2백92명을 조사한 결과다.

曺교수팀이 최근 복지부에 제출한 보고서(학교폭력 피해자의 정신병 실태조사)에 따르면 조사 대상의 약 5%(1백57명 : 남자1백14명, 여자43명)가 집단따돌림 피해자였다.

이들 가운데 30%(47명)는 약식 정신진단 검사 결과 정신질환 징후가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그러나 학교생활에 특별한 문제가 없는 학생(2천1백35명) 중 정신질환 징후가 높은 것으로 판명된 학생은 2%(50명)에 불과했다.

두 그룹 사이에 징후 소유자의 비율이 15배 차이인데 징후의 강약을 계량화해 비교하면 18배의 차이가 난다는 것이다.

◇ 집단따돌림의 문제점〓이 조사에서 집단따돌림을 당한 학생들은 불안하고 내적인 분노가 크며 의심.대인기피증.불안.우울.위축 등의 증세를 보이는 것으로 나타났다.

曺교수는 "왕따를 당하는 학생들은 대인관계에 피해의식을 가져 별다른 상황이 아닌 데도 엉뚱하고 지나친 반응을 보이기도 한다" 고 설명했다.

그는 "정신병 증세가 발견되면 바로 전문가의 도움을 받도록 해야 한다" 며 "쉬쉬하고 덮어두면 증세가 훨씬 심각해질 수 있다" 고 말했다.

박태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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