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시의 미국] 中. 경제정책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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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4면

신임 조지 W 부시 미국 대통령은 백악관 입성과 동시에 전임 빌 클린턴 행정부의 경제적 업적과 새로운 과제를 함께 넘겨받았다.

대통령 취임식의 열기가 가라앉기도 전에 부시행정부가 직면하고 있는 최대 숙제는 10년 호황끝에 찾아온 경기부진이다.아직 경기침체의 수준에 이르지는 않았지만 지난해 말부터 발표되는 각종 경기지표들은 여러 면에서 미국 경기가 둔화되고 있음을 가리키고 있다.

대통령 취임전 당선자 시절만 해도 경기부진의 책임을 클린턴 행정부에 떠넘길 수 있었지만 일단 백악관에 들어선 이상 이같은 변명(?)은 더 이상 통하지 않는다.

미국의 업계와 의회에선 벌써부터 경기 부양책의 요구가 빗발치고 있다.

경기 조절에 관한 한 ‘신의 손’으로까지 일컬어지는 미 연방준비제도이사회(FRB)의 앨런 그린스펀 의장이 연초에 전격적인 금리인하를 단행해 경기급락의 불은 껐다고 하지만,한 번 식기 시작한 소비와 투자심리가 금새 되살아 날지는 여전히 의문이다.

부시의 경제 참모들 중에선 경기부진이 부시의 최대 선거공약인 감세정책을 밀어부칠 수 있는 절호의 기회라는 주장도 나오지만 1조6천억달러의 감세공약에 대해선 부정적인 시각이 만만치 않다.

우선 감세 정책이 경기조절책으로 부적절하다는 지적에서부터,당장 세금을 깎아줄 재원이 부족하다는 현실론에 이르기까지 반대가 많다.민주당과 반분한 의회(상원)에서 부시의 감세안이 통과된다는 보장도 없는 실정이다.

이를 헤쳐갈 부시 행정부의 경제 조타수는 민간기업 출신으로 그린스펀과 20년 지기인 폴 앨런 신임 재무장관이 맡고 있다.

물론 선거기간중 부시 경제정책의 브레인 역할을 한 로렌스 린제이 대통령 경제자문 위원회 의장이 나름대로 제 몫을 하겠지만 경제정책의 성패는 아무래도 오닐 장관과 그린스펀의장 사이의 교감과 협력에 달려 있다는 관측이 많다.

대외정책 면에서도 부시 행정부가 풀어야할 과제가 적지 않다.당장 중국의 가입문제가 걸려있는 세계무역기구(WTO)에서 부시가 공약한 자유무역의 확대 정책을 어디까지 밀어부칠 것인가를 선택해야 한다.

부시대통령은 일단 대표적인 자유무역론자인 로버트 죌릭을 무역대표부 대표에 앉혀 공약의 강력한 실천의지를 내비쳤다.

그러나 국내외 환경론자및 노동계의 반발을 무릅쓰면서까지 자유무역의 지평을 넓히는 노력을 기울일지는 미지수다.

부시의 자유무역정책은 또 보호주의을 표방하는 같은 공화당내의 보수파들을 설득해야 하는 부담도 있다.이 점에서 현재 거론되고 있는 북미자유무역협정(NAFTA)의 확대문제는 부시정부가 추구하는 자유무역정책의 한계를 시험하는 시금석이 될 전망이다.

EU ·중국 ·일본 등 주요 교역 상대국들과의 통상마찰도 조만간 직면할 과제다.

국내 기업들의 압력에 민주당 정부보다 취약할 수 밖에 없는 부시 행정부로서는 어떤 형태로든 대외통상 문제에 보다 강경한 자세를 보일 것이란 관측이 우세하다.

또 한가지 부시정부가 입증해야 할 대목은 국제금융 시장에서의 미국의 지도력이다. 세계경제및 국제 금융시장에서 미국이 차지하는 비중을 감안하면 미국 정부의 국제금융 위기에 대한 대처 능력은 필수적이다.

이 점에서 신임 오닐 재무장관이 과거 클린턴정부의 로버트 루빈장관이나 로렌스 서머즈장관 정도의 역할을 해낼 수 있을지 주목된다.

워싱턴=김종수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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