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시 대통령 취임식 표정]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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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3면

세계에서 가장 강력한 자리라는 미국 대통령. 43번째로 이 자리의 주인이 된 조지 W 부시의 대통령 취임식이 20일 오전 11시30분(현지시간)워싱턴 미 국회의사당 서쪽 계단에 마련된 취임식장에서 열렸다.

이날 가랑비가 날리는 추운 날씨 속에 연단 아래 잔디 광장에는 1만여명이 운집했다.

역대 대통령 및 상.하원 의원, 각국 외교사절이 모인 귀빈석엔 미국 역사가 살아 움직였다. 귀빈석의 여성 중 가장 관심을 모은 이는 부시의 어머니 바버라 부시다.

그녀는 남편과 아들이 대통령이 되는 것을 지켜본 첫번째 여성이다. 2대 대통령 존 애덤스의 부인은 아들이 6대 대통령에 취임하기 전 사망했다.

살아 있는 전직 대통령 네 명 중 이날 귀빈석에 앉은 이는 지미 카터와 조지 부시뿐이었다. 치매를 앓고 있는 로널드 레이건과 쇠약해진 제럴드 포드는 참석하지 못했다. 단상의 클린턴은 권좌를 넘겨주는 다섯번째 생존 전직 대통령이 됐다.

8년 전과 4년 전 취임식의 주역이었던 힐러리는 이제 새로운 기록의 주인공이다. 그녀는 미국 역사상 최초의 퍼스트 레이디 출신 상원 의원이다.

플로리다에서 몇백표만 더 얻었다면 이 자리의 주인공이 됐을 앨 고어는 클린턴 옆에 담담히 앉아 있었다.

미국 역사상 가장 위대한 대통령으로 추앙받는 링컨은 취임식장에서 직선으로 이어지는 링컨기념관 내 동상에 앉아 식을 지켜봤다.

조지 W 부시는 부인과 쌍둥이 딸이 지켜보는 가운데 성경에 손을 얹었다.

조지 워싱턴 초대 대통령과 아버지 부시 대통령 등 역대 대통령의 지문이 묻어 있는 성경책이다.

윌리엄 렌퀴스트 대법원장이 선서문의 구절을 선창하면 부시가 따라했다. 선서를 마치고 박수와 환호 속에 관중을 향해 돌아섰을 때 마침내 눈물 방울 두개가 부시의 콧잔등 중간까지 굴렀다. 아버지 부시도 눈물을 글썽거렸다.

취임사는 15분간 이어졌고 14번 박수가 터졌다. 그는 역설했다.

"공화당과 민주당은 함께 미국에 옳은 일을 해 나갈 것입니다."

취임식이 끝나고 의사당 내에서 의회 지도자들과 오찬을 함께 한 부시는 오후 2시30분 백악관을 향한 퍼레이드를 시작했다.

같은 시각 앤드루 공군기지. 뉴욕으로 가는 공군1호기에 오르기 전 클린턴은 출영객 거의 모두와 악수를 했다.

부시의 새 리무진이 움직일 때 클린턴의 비행기가 이륙했다. 미국의 헌법.역사, 그리고 지상 최고의 권력은 그렇게 생명을 이어갔다.

워싱턴〓김진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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