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분수대] '유아교육 전쟁'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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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6면

교육열과 그에따른 과외열풍은 한국이나 일본에서나 모두 '전쟁'의 수준이다.

양국 모두 과외가 유아교육에까지 확산돼있다. 차이점이 있다면 한국의 유아과외는 막연한 불안심리나 경쟁심이라는 추상적 요인이 큰 데 비해 일본은 대학입시 코스로 확정돼 있다는 점이라고 할까.

다음은 일본의 예.

일본 도쿄시에 살고있는 주부 A(32)씨는 요즘 속이 상한다.아들(6)이 명문 소학교(초등학교) 입학시험에서 떨어졌기 때문이다.

남편처럼 아들도 도쿄대 출신으로 만드는 게 그녀의 목표다. 그러려면 우선 츠쿠바 대학,혹은 가쿠계 대학 부속 소학교에 입학해야 한다.게이오대를 목표로 하는 경우엔 그에 맞는 사립 소학교가 따로 있다. 일반 공립소학교에 추첨으로 진학하면 명문대 진학은 포기해야 한다.

츠쿠바나 가쿠계 대학 부속 소학교는 1차 추첨 →2차 필기 ·실기 ·면접 →3차 추첨의 순으로 선발한다.

2차시험은 IQ테스트,구술내용을 글로 정리하는 주관식, 공작시험, 단체 체조를 통한 협동심 측정 등 다양하다.

3세때부터 유치원을 다닌 아들은 지난 1년간 추가로 2차시험을 위한 입시학원을 다녔다. 스트레스로 체중이 줄고, 밤에는 보채고 우는 증상을 보였지만 어쩔 수 없었다.

두 학교에서 모두 3차 추첨에서 탈락한 아들은 차선의 명문 지요다 반쵸소학교에 들어갔다.

A씨는"지난 1년간 강습료만 3백만엔(약3천5백만원)이 들었지만 허사는 아니었다. 반쵸라도 갈 수 있으니까"라고 말한다.

한국은 어떤가.0∼6세를 위한 외국의 영재교육 프로그램 10여종이 전국에서 성행하고 있다. '레고 닥타' '시치다''칼 비테' '비츠교육' '오르다'등이다.

교재값 외에도 월 4회 방문교육비로 7만원 안팎씩 들지만 '무리를 해서라도'너도나도 시킨다.

영재란 '1만명에 한명꼴로 있는 재능'이라는 데 우리는 3∼4명에 한명꼴로 영재교육을 받는 것 같다.

그뿐 아니다.1999년 한국개발연구원 보고서에 따르면 97년의 경우 한국 초 ·중 ·고생의 과외비는 1인당 국내총생산(GDP)의 12∼16%로 일본의 3배를 넘는다고 한다.

위의 A씨가 한국인 친구에게'속상함'을 전하면서 덧붙인 말은 시사적이다.

"한국은 학력차별이 더 심하다면서? 그러니까 모두가 대학을 보내겠다고 애들 고생시키고 돈 날리는 것 아냐? 일본은 대를 이어 라면가게를 해도 나름대로 인정을 받는다구. 정말 머리좋고 목표가 뚜렷한 애들 끼리만 입시경쟁을 한다구."

조현욱 문화부 차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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