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디지털 만리장성' 구축 한창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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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7면

차이나넷컴의 최고경영자(CEO)에드워드 티안(37)은 최근 밤을 새우는 일이 부쩍 잦아졌다.

미국 유학을 마친 뒤 현지에서 네트워크 장비업체를 경영하던 그는 1년 전 모국인 중국으로 돌아와 초고속 광대역(Broadband)통신망 구축사업에 뛰어 들었다.

지난해 10월 17개 도시를 잇는 40기가바이트급의 광대역 통신망을 완성한 그는 지금 중국 전역에 네트워크를 설치하는 프로젝트를 추진 중이다.

시장조사 등을 위해 동부의 상하이에서 서부의 사막지역까지 그 넓은 대륙을 안가본 곳이 거의 없다.

"40기가바이트면 1만5천개의 영화를 실시간으로 전송할 수 있고, 1천6백여권 분량의 백과사전을 동시에 다운로드받을 수 있다. 광대역 통신망이야말로 21세기에 필요한 꿈의 네트워크다."

그는 미개척지나 다름없는 중국의 네트워크시장은 먼저 뛰어든 사람이 임자라고 강조한다.

중국 대륙이 '디지털 만리장성' 을 쌓으려는 열기로 후끈거리고 있다.

50년 전에 매설된 구리선을 광섬유를 이용한 첨단 통신망으로 바꾸는 이 작업은 중국의 상징인 만리장성에 비유되는 대역사(大役事)다.

◇ 대륙을 덮는 거미줄 네트워크〓한반도보다 44배나 넓은 국토를 가진 중국에 광대역 통신망을 구축하려면 3백여개의 주요 도시를 잇는 시스템을 구축해야 한다. 소요되는 케이블의 총연장은 약 2만4천8백㎞에 이른다.

1㎞가량의 광통신망을 설치하는 데 3만달러가 소요된다고 볼 때 투입될 돈도 만만치 않다.

그러나 통신업체들은 기존 구리선으로는 확산하는 동영상 등 대용량 콘텐츠를 처리할 수 없기 때문에 앞다퉈 광대역 통신망 사업에 뛰어들고 있다.

선두주자는 중국 최대의 통신업체인 차이나텔레콤. 이 회사는 1990년대 중반 일찌감치 광통신망 시장에 뛰어들었다.

베이징~광저우 구간(3천6백㎞)을 포함, 현재 10여개의 광통신망을 구축한 상태다.

차이나텔레콤은 통신망 확장과 함께 더 많은 데이터를 더 빠르고 안정적으로 처리할 수 있도록 시스템을 업그레이드하는 데 주력하고 있다.

차이나넷컴은 고밀도파장분할다중전송(DWD-M)이라는 최신 기술로 도전장을 내밀었다.

여러 종류의 데이터를 하나의 광섬유를 이용해 전송하는 기술로, 머리카락만한 광섬유 하나에 최고 80개의 데이터 전송채널을 확보할 수 있다.

2003년까지 3만8천㎞의 통신망을 설치, 차이나텔레콤에 도전할 계획이다.

중국 전자산업부가 설립한 이동통신업체 차이나유니콤은 인구가 밀집한 동부의 도시를 중심으로 통신망을 설치하고 있다.

이 회사는 25개의 도시에 설치했던 광대역 통신망을 지난해말까지 1백80개 도시로 확대했다.

아직까지는 중국 업체들이 주도권을 쥐고 있지만 외국 업체들도 눈독을 들이기는 마찬가지다.

캐나다의 노텔 네트웍스는 차이나유니콤과, 스웨덴 에릭슨은 이동통신업체인 차이나모바일과 기술제휴를 하고 있다.

◇ 시장 팽창할 전망이나〓중국의 인터넷 인구는 1998년 2백만명에서 지난해 말에는 2천만명으로 늘었다.

광대역 통신망 수요도 따라서 폭증할 것이라는 게 전문가들의 진단이다.

중국이 올 상반기 세계무역기구(WTO)에 가입하게 되면 통신시장의 문이 활짝 열려 인터넷 산업이 더 활기를 띠게 된다는 점도 매력으로 꼽힌다.

그러나 중복투자를 우려하는 목소리도 높다.

국내외 주요 기업들이 몰려 있는 상하이에서는 너도나도 통신망 가설에 나서고 있지만 결국 몇몇 대형업체들만이 살아남을 것이라는 시각이 우세하다.

프라이스워터하우스쿠퍼스(PwC)베이징지사의 애널리스트 케네스 드워스킨은 "통신인프라 구축과 관련, 정부와 업체들간에 조율이 잘 이뤄지지 않고 있어 현재 건설 중인 광대역 통신망의 상당수가 유휴설비로 전락할 가능성이 있다" 고 지적했다.

김준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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