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설날 영화] SBS '해피 엔드'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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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52면

해피 엔드 (SBS 밤 10시)〓불륜에 빠진 여자, 그녀를 사랑하는 정부(情夫), 그리고 그녀의 실직한 남편을 둘러싸고 벌어지는 치정극이다.

세 사람 사이의 애정.집착.살의(殺意)를 섬세하고 솔직하게 표현해 극장 개봉 당시 많은 관객을 동원했다.

결말은 영화 제목과는 영 딴판으로 비극적이다.

이 영화에서 윤리적인 면을 기대해선 곤란하다. 장면 처리가 화끈하다. 잔인한 장면은 매우 잔인하게, 야한 장면은 매우 야하게 처리했다.

전도연이 보여준 과감한 노출은 '접속' 등에서 쌓은 청순한 이미지와는 거리가 멀다. 여인과 남편.정부의 정사장면을 잡은 카메라 앵글은 각각 권태와 흥분을 반영하듯 1백80도 다르다.

최민식의 연기력이 돋보인다. 아내의 불륜에 배반감을 느끼며 품는 살의엔 분노로 바뀐 실업자의 무력감이 느껴진다.

남편의 불행한 현실에 아랑곳하지 않고 따로 노는 아내에 대한 묘한 감정을 드러내는 표정연기가 눈길을 끈다.

헌 책방에서 연애소설을 읽는 것이 취미인 전직 은행원 서민기(최민식)는 영어학원 원장인 아내 최보라(전도연) 대신에 아이를 돌보고 집안 일을 도맡아 한다.

남편의 무기력함으로 권태에 빠진 아내는 옛 애인 김일범(주진모)의 오피스텔을 드나들며 밀회를 즐긴다.

쾌락을 위한 불륜이냐, 인간 내면에 감춰진 욕망의 표현이냐를 판단하는 것은 관객의 몫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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