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DVERTISEMENT

조계종 총무원장 발언 파문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04면

조계종 총무원장인 정대(正大.64)스님이 19일 "한나라당 이회창(李會昌)총재가 대통령이 되면 단군(檀君) 이래 '희대의 보복정치' 가 난무하지 않을 것이라는 보장이 없다" 고 말했다.

불교계 최대 종단 스님의 발언인 만큼 정치권에 파문을 던지고 있다.

정대스님은 이날 오후 서울 안국동 조계사에서 민주당 김중권(金重權)대표의 신년 인사 방문을 받았다. 이 자리에서 정대스님은 이렇게 언급했다고 민주당 김영환(金榮煥)대변인이 발표했다.

"1천억원이 안기부 돈이든 정치자금이든 안기부에서 나온 게 문제 아니냐. 영수회담(DJ-李총재)에서 야당이 한 건(件)가져가면, 또 뭐 가져갈까 궁리뿐이다.

동해로 갖고 들어가더라도 5년을 믿고(DJ에) 투표한 것 아니냐. 잘했든 못했든 지켜봐야 하는데. 야당이 (여당의)정권 재창출을 얘기하는데 잘하면 일본은 50년도 하고 미국은 3선, 4선도 한다.

과거에 대통령(YS를 지칭)이 인기가 없다고 피켓을 밟고 당을 떠나라 쫓아내려 하고…(4.13총선 때)김광일.신상우도 공천 안주는 것 봐라. 얼마나 독하냐. "

그런 뒤 정대스님은 "(DJ)정권 초창기에 잘한다는 여론이었지만 미적미적해서 여론이 돌아가고 있다. 이 정권의 실수는 의약분업을 충분히 준비하지 않고 시행한 것" 이라고 金대표에게 충고했다.

이어 정대스님은 세검정 하림각에서 '국운융창과 국민화합을 위한 신년 대법회' 에 참석해 다음과 같이 말했다.

"시골사람 한명이 마음을 잘못 먹으면 기껏 세 사람이 죽지만, 지도자가 한번 생각을 잘못하면 많은 사람이 피를 보게 된다.

상생(相生)이란 말은 원래 부처님 말씀이다. 앞으로 불자들이 비(非)상생하는 사람을 전부 쓸어내자는 각오로 일해야 한다. 한 사람의 독선으로 인해 무수한 사람들이 피해를 보는 일은 없어야 한다. "

◇ 한나라당 반박〓당혹스러워했다.

권철현(權哲賢)대변인은 "큰 스님이 해서는 안될 얘기" 라며 "편향된 개인적 시각을 드러낸 발언으로 본다" 고 말했다.

權대변인은 "세상이 혼란스러워도 종교 지도자만은 중립적 입장에서 잘못된 것을 바로잡아야 한다" 고 반박했다.

평소 불교계에 정성을 기울여온 李총재 부인 한인옥(韓仁玉)여사는 당에 전화를 걸어 정대스님 발언의 진위를 물어봤다고 한다.

◇ 조계종 해명〓파문이 확산되자 총무원측은 " 여야 누가 집권하든 정치보복의 악순환이 되풀이돼선 안된다. 상생의 정치를 제대로 해달라 는 스님의 발언이 왜곡됐다" 며 "특정 정치세력에 편중된 발언을 한 사실이 없다" 고 해명했다.

1999년 11월 총무원장에 뽑힌 정대스님은 지난해 5월 부처님 오신 날에 찾아온 李총재에게 "상생의 정치를 펴달라" 고 말했다.

최훈 기자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