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었던 자금시장에 온기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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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4면

얼어붙었던 자금시장이 풀리는 조짐을 보이고 있다.

산업은행의 회사채 신속 인수와 정부의 신용보증 확대조치 등 신용 경색을 완화하기 위한 조치가 잇따르자 회사채와 기업어음(CP)의 발행 및 기업 대출이 늘고 있다.

◇ 회사채.CP 발행 증가〓국고채 금리가 연 5%대로 하락하자 투신.연기금.은행의 여유자금 중 일부가 몰리면서 회사채 시장도 회복되는 조짐을 보이고 있다.

회사채 발행물량은 지난해 12월 5조1천6백억원이 줄었는데, 올들어 15일까지 4천9백34억원이 순증 발행됐다.

지난해 하반기에 발행이 불가능했던 신용등급 BBB등급 이하 채권도 발행이 재개됐다. 올들어 한화(3백억원).제일모직(3백억원).대한제당(90억원) 등 2천1백억원어치가 새로 발행됐고 코오롱과 두산도 곧 회사채를 발행할 계획이다.

BBB급 회사채의 차환율(借換率〓만기가 됐는데도 다시 회사채를 연장 발행해주는 비율)도 지난해 11월 7.9%, 12월 20%에서 올들어 67%로 크게 높아졌다.

CP 발행도 올들어 15일까지 4조7천억원 증가했다. 지난해 하반기에는 A2+ 이상 초우량기업이 아니면 CP 발행이 어려웠는데 올들어 A3등급 기업도 CP를 발행하고 있다.

박성원 현대투신운용 채권전략팀장은 "국고채 금리가 떨어지자 고객들도 회사채에 서서히 관심을 보이고 있다" 며 "은행 수신금리가 낮아졌고 채권시장의 경색이 정부 대책으로 어느 정도 해소됐기 때문에 채권시장으로의 자금 유입은 한동안 계속될 것" 이라고 전망했다.

◇ 중소기업에 대출 경쟁도〓조흥은행은 중소.벤처 기업을 상대로 한 기업지원특별대출 한도를 1조원 늘리기로 했다.

서울은행도 최근 중소기업 경영안정자금 지원을 위해 3천억원의 특별자금을 대출하겠다고 발표했다.

국민은행은 중소기업 대출 목표를 지난해보다 4조원 늘어난 24조원으로 설정했고, 기업은행과 한빛은행도 대출한도를 2조원씩 늘릴 계획이다.

서울은행은 신용등급 BBB 이하 기업도 2년 연속 이익을 냈거나 차입금이 연간 매출액을 초과하지 않은 기업, 성장 잠재력이 충분하다고 인정되는 기업에는 대출해줄 방침이다.

한미은행은 대출금의 일정비율을 주식으로 전환하는 옵션부 대출을 시행하고 있다.

이창호 조흥은행 기업고객실장은 "6백50여개의 중소.벤처기업에 대출한 결과 연체율이 0.5%도 안됐다" 며 "국고채 금리가 하락해 자금을 운용할 데가 마땅치 않기 때문에 은행의 중소기업 대출은 더욱 늘어날 것" 이라고 말했다.

정철근.최현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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