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꾸러기 책동네] '네모상자 속의 아이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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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4면

“아이들의 행복과 안락을 위해 이런저런 물건을 사주는 것은 쉬운 일이다.하지만 마음을 열고 아이들의 이야기에 귀를 기울이며 대화를 나누기란 쉽지 않다.”(토니 모리슨)

1993년 노벨문학상 수상작가 토니 모리슨이 그의 아들 과 함께 쓴 ‘네모상자 속의 아이들’은 그림책이지만 어른들에게 권하고 싶다.

특히 아이들이 자신이 마음먹은 대로 되지 않는다고 전전긍궁했던 부모들은 자녀들과 이 책을 넘겨보며 행여 자신의 과욕을 되돌아봄직 하다.

패티와 미키와 리자는 네모상자 속에 산다. 이 상자 안에는 없는 게 없다.부드러운 카핏이 깔려 있고 풍덩 편하게 몸을 던질 수 있는 콩자루 의자도 놓여있다.

이밖에 그네 ·미끄럼틀 ·수족관에 물침대까지…. 부모들은 음식과 장난감을 가져다 나른다.피자 ·풍선껌 ·레고 ·TV ·인형 ·콜라 등 아이들이 들으면 입이 벌어질 만한 것들이다.

하지만 문제가 있다. 이 상자에는 자물쇠가 한개도 아니고 세개나 달려있다. 패티와 미키와 리자는 네모상자 밖으로는 한발자국도 나갈 수가 없다.

아이들이 ‘새장 속에 새’처럼 갇히게 된 까닭은 단 하나.어른들의 말을 듣지 않고 장난을 쳤기 때문이다.

어른들은 타이른다.“너는 정말 사랑스러운 애야.가능성도 아주 많아.그러나 당분간 네 자유를 빼앗기로 결정했다.”

아이들은 반박한다.“참새같은 새들도 자기 맘대로 짹짹거리고 토끼들도 자기 맘대로 깡총깡총 뛰어다니잖아요? 전 제 마음대로 놀고 싶어요.”

도대체 누가 어떤 근거로 아이들의 자유를 빼앗을 수 있을까. 내가 좋다고 남도 꼭 좋은 건 아니라는 평범한 진리는 어른-아이의 관계에서도 마찬가지다. 아이들은 그저 참새처럼,토끼처럼 뛰어다니고 싶을 뿐인데. 옷차림은 아이지만 얼굴이 겉늙은 듯한 지젤 포터의 그림도 글 못지 않은 의미심장한 메시지를 던져준다.

이런 시각의 감상행위가 마음에 들지 않는가? 그렇다면 “지나친 자유는 방종이며 수칙을 지키지 않으면 자유에 제약을 받게 된다”는 ‘소수의견의 독법(讀法)도 얼마든지 가능하다. 그점에서 이책은 좋은 책이다.

기선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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