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회헌금 바로 사용하기 운동 시작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15면

개신교계의 대표적 NGO인 기독시민사회연대(공동대표 홍성현.이만열.전유희. 이하 기독연대)가 '교회헌금 바로 사용하기' 운동을 시작한다.

기독연대 공동대표 홍성현 목사등은 16일 기독교회관에서 가진 기자회견에서 "21세기의 선악과 돈을 함부로 먹지말라" 는 표어 아래 올 한해 동안 돈(헌금)과 관련된 교회개혁운동을 벌이겠다고 밝혔다.

기독연대가 돈을 '21세기의 선악과' 로 규정하고 나선 것은 "돈이 곧 모든 죄악의 근본" 이라는 판단에 따른 것이다.

이같은 판단은 지난 한해 동안 개신교계의 불미스러운 일들이 모두 돈과 직.간접적으로 관련됐었다는 사실에 근거한 것이다.

돈과 직결된 사건은 특정 교회 장로들이 제기한 교회돈의 유용 시비와 일부 교단의 돈선거 파문이다.

지난해 가장 큰 사회적 이슈가 됐던 담임목사직 세습도 결국은 교회를 사유재산, 즉 자식에게 대물림하는 재산으로 여기는데 따른 문제라 할 수 있다.

기독연대는 또 옷로비 사건에서 씨랜드 화재사건, 최근의 진승현 금융스캔들에 이르기까지 사회적 물의를 일으킨 큰 사건 요소요소에 개신교도들이 연루돼 있는 것도 최근 교계 일부의 맘모니즘(Mammonism.돈 숭배) 현상과 무관치 않다고 주장한다.

박천응 집행위원장은 "한국교회는 성장제일주의를 추구해왔으며, 그 과정에서 헌금을 강요하고 헌금의 액수에 따라 축복을 남발해왔다.

그러다보니 불법으로 돈을 벌더라도 헌금을 많이 하면 죄를 면한다는 식으로 신앙을 왜곡시키는 일까지 벌어지고 있다.

이같이 돈문제가 교회와 교인들을 타락시키는 가장 큰 원인이 되고 있기에 개혁의 대상으로 삼게 됐다" 고 말했다.

사회참여에 힘을 쏟아오던 진보적 단체인 기독연대가 교회내의 문제에 관심을 돌린 것도 이같은 돈문제의 심각성에 따른 것이다.

기독연대는 한국기독교사회선교협의회(기사협)를 지난 9월 확대 개편한 단체. 기사협은 1970년대 이후 민주화운동에 앞장서 왔으며, 90년대에 들어서는 민중생존권확보 운동에 치중해왔다.

그러나 최근 돈과 관련된 사건들이 이어지면서 "그동안 소홀히 하였던 교회의 자체개혁운동을 올해의 중심 과제로 설정" 하기로 한 것이다.

기독연대는 구체적으로

▶교회재정 30%를 사회선교비로 책정하기

▶교회재정 투명화

▶유산기증하기

▶청빈생활서약서 쓰기 등과 같은 캠페인을 벌이기로 했다.

회원들이 각 소속교회와 단체에서 이같은 운동을 제창하는 한편 '교회재정 모니터링팀' 을 만들어 각 교단 단체와 가능한 교회의 활동을 감시하고 그 결과를 매달 포럼을 개최해 공표할 계획이다.

기독연대의 이같은 활동방침에 대해 종교학자 장성만씨는 "한국 개신교가 많은 문제를 안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이같은 자체정화의 힘이 살아 있다는 점에서 희망적" 이라고 환영했다.

그는 이어 "그런데 기독연대는 진보적 세력 중심이라는 한계가 있다. 개혁의 실효성을 거두기 위해서는 보수교단내 개혁세력들과 적절히 연대하는 노력이 필요하다" 고 덧붙였다.

오병상 기자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