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 "공적자금 24조 편법투입"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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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5면

'7백만원에 구입한 폐쇄회로 TV 1천원. 3년된 2백30만원짜리 복사기 1천원' . 1998년에 퇴출한 동남은행의 비품을 주택은행이 인수한 내역 가운데 일부다.

국회 공적자금 국정조사특위 위원인 한나라당 김부겸 의원은 이런 내용을 밝히면서 "퇴출은행의 자산은 줄이고 부채는 늘려 평가하는 바람에 공적자금이 더 들어갔다" 고 주장했다.

이에 따르면 동남은행 연수지점 등 7개 지점 건물의 장부가는 1백억원 이상인데 자산관리공사가 6억원대에 매입했다는 것. 이에 대해 인수은행인 주택은행 관계자는 "당시 매입은 금감위 지침에 따른 것이었다" 고 말했다.

특위 위원들이 제기한 공적자금 운용실태의 문제점과 의혹을 따져봤다.

◇ "감자명령 미리 알았다" 〓한나라당 이강두 의원에 따르면 한빛은행은 지난해 12월 5일 이미 금감원으로부터 '순자산가치 등을 감안, 기존 주식에 대한 자본금 감소명령' 통보를 받았고, 이에 "이의없다" 는 회신을 보냈다.

이날의 주가는 1천70원. 거래량은 2천8백만주였다. 한빛은행측은 그러나 18일 정부의 완전 감자 발표 때까지 주주를 위한 아무런 조치도 취하지 않았다.

◇ 고객 손해 메워준 공적자금〓은행의 실적배당형 신탁상품은 손해를 고객이 책임지도록 돼 있다. 그런데 은행연합회는 99년 12월 13일 신탁전문위원회를 열어 이런 상품에 편입된 부실채권을 은행 고유자산인 개발신탁으로 옮기도록 결의했다.

고유자산에 구멍이 생기면 공적자금 투입 규모는 더 커진다. 이런 부당 편출입으로 ▶광주은행 4백26억원▶제주은행 82억원▶경남은행 4천1백97억원▶평화은행 3백8억원 등 공적자금을 받은 은행 중 확인된 네곳에서만 5천13억원을 낭비했다고 심재철 의원은 주장했다. 은행권과 금감원 관계자도 "그때 모든 은행이 그렇게 했다" 며 이를 시인했다.

◇ "24조원은 편법투입이다?" 〓이한구 의원은 ▶정부의 외채 지급보증▶재벌 회사채 매입 강요 등 편법으로 또는 부당하게 지원한 공적자금이 24조원 이상이라고 주장했다.

재경부는 즉각 반박 자료를 내 "정부의 외채 협상이나 대우 기업어음(CP)매입 등 李의원의 주장 가운데 상당수가 불가피한 것으로 공적자금의 오남용 차원에서 다뤄지는 것은 문제" 라고 반박했다.

이상렬.서경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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