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 사람] "한국 위해 일하려면 한국 알아야죠"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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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8면

▶ 태권도 도복을 입고 포즈를 취한 티토 페르난데스(左)와 도미니크 비자르.

"한국을 위해 오래 일하다보니 이렇게 좋은 일도 있네요. 가능한 한 많이 배우고 돌아가렵니다."

한국정신문화연구원이 주최한'제5회 재외공관 직원을 위한 한국문화강좌'(11~22일)에 참가하기 위해 한국을 찾은 티토 페르난데스(48)와 도미니크 비자르(54). 두 사람은 이번에 방한한 24명의 해외 공관 직원 중 최고참들이다. 페르난데스는 주 오만 대사관에서 25년간, 비자르는 주 제네바 대표부에서 26년간 근무했다.

한국 공관에서 장기 근속했음에도 불구하고 비자르는 한국 방문이 처음이다. 페르난데스 역시 10여년 전 서울에 잠깐 들렀던 게 고작이라 한국이 생소하긴 마찬가지.

이들은 이번에 백제의 문화유적지인 공주를 답사하고, '난타'공연을 관람하는가 하면, 한강 유람선을 타고 서울의 야경을 감상하는 등 숨가쁜 일정으로 한국 문화를 익혔다. 인터뷰를 한 지난 14일엔 경기도 분당의 한 태권도장을 찾아가 난생 처음으로 도복을 입고 태권도 기본 동작을 배웠다. 내친 김에 격파까지 해봤다는 두 사람은 "힘들지만 재미있다"고 입을 모았다.

대사를 포함해 해외 공관에 파견되는 한국 직원들의 임기가 2~3년에 불과하다 보니 두 사람은 자연스레 공관 내에서 터줏대감 노릇을 하고 있다.

페르난데스는 새로 부임한 외교관을 마중하기 위해 공항에 나가는 일부터 시작해 현지 정착에 필요한 갖가지 일을 도와 "대사관의 살림꾼 노릇을 톡톡히 해내고 있다"(김의식 주 오만 대사)는 평을 듣는다. 비자 발급 등 대표부의 행정 업무를 총괄하는 비자르는 원래 프랑스인이라 프랑스어를 가르쳐달라는 한국 직원들의 부탁에 시달리기도 한다고.

인도 출신으로 오만에 일자리를 찾으러 갔다가 주 오만 대사관 직원이 된 페르난데스는 "한국 덕분에 아이 셋을 낳아 잘 키울 수 있었다"고 고마움을 표시했다. 비자르는 "대표부에서 정년을 채우는 게 꿈"이라고 했다.

신예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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