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름 바꾸니 ‘미운 오리’ 날개 활짝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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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12면

이름 바꿨더니 잘나간다. 연예인 얘기가 아니다. 요즘 뜨는 펀드가 그렇다는 말이다. 그런데 이름을 바꿀 만했다. 싹수는 있는데 이름이 어정쩡해 투자자들의 마음을 파고들지 못했기 때문이다. 그래서 운용사들이 결단을 내렸다. 개명을 하니 심기일전 분위기가 생겼다. 마케팅을 강화하는 등 열심히 뛰자 자금이 몰려들었다. 한국투신운용의 ‘네비게이터’, 삼성투신운용의 ‘스트라이크’, KB운용의 ‘코리아스타’가 대표적인 개명 삼총사이다.


올 들어 환매 러시가 주춤해졌다고는 하지만 아직 국내 주식형에선 돈이 빠져나갔다. 하지만 네비게이터(A)로는 1700억원 이상이 들어왔다. 이 펀드는 2005년 ‘한국 부자아빠성장주식’이라는 이름으로 선보였다. 초기 1년간은 수익률 성적이 중하위권에 머물렀다. 그저 그런 펀드로 잊힐 뻔했던 이 펀드는 운용 담당자가 바뀌고 2007년 5월 현재의 이름으로 개명하는 ‘리모델링’을 하자 빛을 보기 시작했다. 이후 탄탄한 장단기 성적을 유지한 게 최근 자금몰이의 원동력이 됐다. 1년 수익률은 62.80%, 3년 수익률은 53.16%다. 각각 국내 주식형 평균인 47.36%와 25.98%를 훌쩍 뛰어넘는다.

KB코리아스타(A)도 지난해 말 ‘개명 대열’에 편입했다. 올 들어 689억원의 투자 자금이 들어왔다. 자금 유입 규모는 네비게이터에 이어 두 번째다. 지난해까지는 ‘신광개토’ 펀드로 불렸다. 정통 국내 주식형 펀드지만 펀드 이름만 보고 중국 주식형 펀드로 오해하는 투자자가 많았다. KB자산운용 양승익 팀장은 “개명을 통해 한국 대표기업에 투자한다는 펀드의 이미지를 확실히 심어준 게 약진의 계기가 됐다”고 말했다.

지난해 5월 개명한 삼성 스트라이크는 지난해 8월까지는 설정액 114억원에 불과한 소형 펀드였지만 이후 6개월간 자금이 1700억원이나 들어왔다. 본명은 ‘밀레니엄 드래곤 승천’ 펀드. 2000년에 설정돼 이런 이름을 붙였지만 시대에 뒤떨어지는 느낌이었다. 그래서 새 이름을 짓는 데 공을 많이 들였다. 삼성투신운용 김정염 마케팅기획팀장은 “보통 사내 상품개발팀에서 펀드 이름을 짓지만 스트라이크의 경우 외부 컨설팅 업체에 작명을 의뢰한 뒤 다시 사내에서 검증하는 과정을 거쳤다”고 말했다.

지난해 120%의 수익률을 기록하며 국내 주식형 중 최고의 성적을 낸 마이애셋운용의 ‘마이트리플스타’도 개명 펀드다. 2006년 만들어졌지만 가입자 7명에 그친 ‘칭기스칸’이란 펀드를 새 운용본부장이 오면서 전면 재건축한 것이다. 오대정 대우증권 WM리서치팀장은 “소형 펀드로 성과를 내 이름이 바뀐 펀드도 규모가 커지면서 부진에 빠질 수 있다”며 “급속히 규모가 커지는 펀드의 경우 수익률 추이를 면밀히 지켜볼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조민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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