웬만한 대학의 한 학기 등록금은 500만원, 졸업까지 4년간 등록금만 해도 4000만원. 학사모를 한 번 쓰는 데 드는 비용이다. 4000만원을 모아놓고 학사모를 얹었다. [변선구 기자]
"교수 1명을 미국은 학생 1명이, 일본은 5명이, 한국은 10명이 먹여 살린다. 우리 등록금은 그만큼 싸다.”
등록금을 담당하는 전국 201개 4년제 대학 기획처장들이 늘 하는 말이다. 이기수(고려대 총장) 한국대학교육협의회장도 “교육의 질에 비해 우리만큼 싼 나라는 없다”고 주장했다. 과연 그럴까.
지난해 OECD 30개국 중 한국의 등록금은 국립·사립 불문하고 미국 다음으로 비쌌다. 게다가 대학 교육의 가계 부담은 우리가 1위다. 도대체 이런 ‘극과 극의 차이’가 어디서 생긴 것일까.
사립대를 보자. 본지 탐사팀이 입수한 주요 10개 사립대의 예·결산 현황을 분석해 보면 예산이 매년 눈덩이처럼 불어났다. 사립대들은 이를 근거로 등록금 인상을 결정했다. 그러나 결산 때는 돈이 수백억원씩 남았다. 2008년의 경우 연세대는 680억원, 홍익대는 610억원, 고려대는 443억원, 건국대는 432억원을 남겼다. 2005, 2006, 2007년도 비슷했다. 연세대 한미경 예산팀장은 “예산안과 달리 인력 충원, 건축 추진 등이 안 돼 남는 경우가 많다”고 해명했다. 더 큰 문제는 남은 돈을 불법 적립하는 데 있다. 교육부령에 따르면 적립금은 예산에 잡힌 금액만 쌓아야 한다. 수년간 사립대 회계감사를 맡았던 A법인 회계사는 “적립금은 지출항목이다. 따라서 남은 돈을 편법으로 수입이 아닌 지출로 잡는 것은 회계규칙 위반”이라고 설명했다.
탐사기획팀=김시래·진세근·이승녕·김준술·고성표·권근영 기자, 이정화 정보검색사
사진=변선구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