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시를 떠나 자연 벗삼는 ‘산촌 유학’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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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5면

‘식구들이랑 고마리 작은학교에 왔다. 늦게 와서 캠프한 아이들은 다 가고 없었다. 그래도 좋았다. 작은학교 앞은 온통 눈밭이다. 놀고 싶어 삽으로 눈을 파 삽 등판으로 문질러 터를 잡았다. 눈이 허리까지 차는 곳은 가지 않았다. 터를 잡고 나서 네모난 통에 눈을 넣어 딴딴하게 눌러 눈 벽돌을 만들었다. 그 다음 이글루 모양으로 둥글게 쌓으려고 했지만 그리 쉽지는 않았다. (생략)’

21일 양양군 고마리 작은학교 농어촌유학센터 캠프에서 어린이들이 눈 놀이를 하고 있다. [고마리 작은학교 제공]

21일 밤 강원도 양양군 현북면 어성전2리 탁장사마을 펜션을 찾은 조성열(경기 고양시 화정초교 4년)군이 눈 놀이를 한 후 쓴 글이다. 새 학기 문을 열 농어촌유학센터 고마리 작은학교에 몸 담을 예정인 조군은 이곳 생활에 대한 기대감과 함께 지낼 친구가 궁금하다며 글을 마무리했다. 조군에 앞서 20, 21일에는 수도권 지역 초등학생과 학부모 10여 명이 이곳에서 캠프를 하며 그림과 글씨기 등 앞으로의 생활을 미리 체험했다.

농촌유학센터가 강원도에 잇따라 들어서고 있다. 고마리 작은학교는 양양군 주도로 만든 농어촌유학센터. 양양군은 시설비 등 4100만원을 들여 마을펜션을 임대해 숙소로 활용하는 등 유학센터를 개설했다. 유학센터 운영은 고마리 작은학교가 맡았다.

도시의 학생들은 인근 현성초교로 전학해 정규수업을 하고, 방과 후에는 작은학교 주관으로 주변의 자연을 활용한 다양한 체험활동과 글쓰기 및 그림을 그리게 된다. 수도권 지역 9명의 학생이 작은학교에 오기로 했다.

양양군이 농어촌유학센터를 개설한 것은 인구 유입을 통한 농촌경제 활성화를 위해서다. 2007년 양구에서 개원해 지난해 양양군 서면 공수전리로 옮긴 철딱서니학교 산촌유학센터가 모델이다.

철딱서니학교에는 20여명의 도시지역 학생이 머물며 생활하고 있다. 폐교 위기로 치닫던 공수전분교는 학생수가 늘어서, 마을은 유학생 부모의 잦은 발걸음으로 활기를 찾고 있다. 이를 눈 여겨 본 양양군은 5개의 농어촌유학센터를 개설할 계획을 세우고, 올해 시범적으로 1개를 추진했다.

고마리 작은학교와 달리 춘천시 사북면 고탄리의 별빛산골유학센터는 마을 주민이 개설했다. 유학센터의 모태는 5년 전 학부모가 자발적으로 운영을 시작한 별빛공부방. 가까운 곳에 학원이 없어 주민이 교사와 운영위원을 맡은 방과후 공부방이다

‘자연 속에서 스스로 행복을 찾는 아이들’을 모토로 개설한 별빛산골유학센터는 학생들이 농가에서 2~3명씩 생활하며 송화초교에서 정규수업과 방과후 활동을 하게 된다.

이찬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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