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리샘] 6년을 기다려 만난 아프리카 영화 '야바'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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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44면

아프리카의 풍물.인물을 제대로 다룬 '야바' 가 20일 개봉한다.

일부 영화제에서 간헐적으로 소개되던 아프리카 영화가 일반극장에 상영되긴 이번이 처음이다.

그 과정에서 우여곡절이 많았다.

영화사 백두대간(대표 이광모)측이 '야바' 를 수입한 때는 1995년. 그동안 여러 극장을 섭외했으나 상업성이 없다는 이유로 번번이 무산됐다.

5년의 판권기간도 끝나 결국 추가요금을 내고 판권을 2년 연장했다.

그리고 영화사측이 지난해 말 흥국생명의 지원으로 개관한 아트큐브에서 개봉하게 됐다.

'야바' 는 제3세계 영화의 대표주자로 꼽히는 부르키나 파소(서부 아프리카 소재)의 이드리사 우에드라고 감독이 연출한 작품. 89년 칸 영화제 국제비평가상.도쿄영화제 금상 등을 수상했다.

영화는 서아프리카의 황량한 초원을 배경으로 때묻지 않은 동심과 어른들의 편견을 대비시키며 아프리카 보통 사람들의 삶을 간결하게 들춰낸다.

할리우드 영화에 익숙한 관객에겐 단조로울 수 있으나 인생과 사회에 대한 객관적 관찰이 돋보인다.

이런 면에서 '야바' 는 시사하는 바가 크다.

우선 우리 관객이 영화를 선택하는 폭이 넓어져 긍정적이다.

아트큐브는 앞으로도 제3세계 영화를 다수 상영할 예정이다.

또 최근 한국영화가 표방하는 일상성을 돌아보는 계기가 된다.

'순애보' '불후의 명작' '나도 아내가 있었으면 좋겠다' 등 최근 개봉한 한국영화에는 뭔가 빠진듯한 요소가 있기 때문. '야바' 는 일상을 내세우되 감각적 영상에 치중하는 한국영화와 달리 삶의 표면 밑에 깔린 역사.사회 등을 응시한다.

요즘 우리 영화에서 느끼는 허전함을 메워준다.

일상과 역사는 동전의 앞뒷면과 같지 않은가.

박정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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