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속 집이야기] '쉘 위 댄스'·'러브레터'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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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46면

집을 마련하거나 바꾸는 일이 문화와 국가의 차이를 넘어서 비슷한 중요도를 갖는다는 것을 영화를 통해 확인하는 것은 흐뭇한 일이다.

일본영화 '쉘 위 댄스' 와 '러브레터' 를 보면 이웃나라에서도 내 집 마련이 얼마나 중요한 일인지, 또 오래 살던 집에서 편리한 아파트로 옮기는 것에 대해 가족간의 의견차이가 어떻게 생겨나는지가 잘 그려지고 있다.

샐러리맨이 대출까지 받아가면서 내 집을 마련하고 난 뒤 왠지 허탈하고, 꽉 막힌 삶이 답답하게 느껴져 춤을 통해 일탈을 꿈꾸는 영화 '쉘 위 댄스' (사진)에서는 일본 중산층이 마련하고 싶어하는 '내 집' 이 어떤 의미를 지니고 있는지를 엿볼 수 있다.

도쿄에서 전철로 한참 떨어진 곳에, 또 전철을 내려서도 자전거를 타고 가야하는 집, 그러나 정원이 딸려 있는 아담한 2층 집이 평범한 샐러리맨이 마련한 '내 집' 이다. 소위 신도시에 있는 집인 셈이다.

그러나 이 영화에서 보게 되는 도쿄주변의 신도시는 고층아파트 위주인 우리의 신도시와는 상당히 다른 모습을 하고 있다.

지진 때문이기도 하지만 주로 중.저층아파트나 단독주택 위주인 도쿄 주변 신도시의 주택들은 훨씬 다양한 모습을 하고 있다.

손바닥만하지만 잔디밭도 있고, 내 집 마당에서 자동차도 닦을 수 있는 작고 아담한 단독주택은 아파트나 빌라 아니면 호화 단독주택 등 몇 가지 유형으로 정형화해가는 우리의 주택현실과는 다른 모습이다.

'러브레터' 에서는 주인공이 태어날 때부터 살던 집이 낡고 불편해 편리한 아파트로 이사하고 싶지만 할아버지는 그 집에 계속 살고 싶어해 갈등을 겪는 이야기가 나온다.

어느 나라나 여자들은 편리함을 추구하지만 남자나 노인들은 옛 것에 애착을 갖는 비슷한 문화를 느끼게 된다.

그러나 주인공이 태어날 때 심어 주인공과 같은 이름을 붙였다는 나무를 쓰다듬어보는 마지막 장면을 통해 영화 속의 가족이 그 집에서 계속 살게 되리라는 예감을 갖게 된다.

태어난 집에서 성장하고 늙어갈 수 있는 환경이란 고도성장을 통해 급변하는 우리 주변에서는 찾기가 어려운 예다.

그러나 어른이 되어서도 다락방에서 먼지 쌓인 중학생 때 시험지를 찾아낼 수 있는 집은 얼마나 마음 푸근한가.

자주 이사다니면서 꼭 필요한 것 아니면 다 버려야 하고, 지나간 추억을 되살릴 물건 하나 가질 수 없는 생활이 우리를 더 삭막하게 만들고 있는 것은 아닌지 되돌아보게 된다.

신혜경 전문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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