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양에 대한 시각 교정한 '오리엔탈리즘' 관심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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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3면

『오리엔탈리즘』은 사이드의 기념비적인 저서다.

1978년 미국에서 출간됐으며, 국내에는 지난해 증보판(역자는 영남대 박홍규 교수)이 나왔다.

이 책은 사이드를 일약 세계적 석학의 반열에 올렸다. 동서 지성계에 얼마나 큰 충격이었던지, 어떤 이는 발간 연도인 78년을 동서문명사의 가장 중요한 연도로 일컫는다.

동양에 대한 서양의 오랜 편견을 뒤바꾸는 '지성계의 코페르니쿠스적 전환' 의 계기가 됐다는 뜻에서다.

사이드는 이 책을 미국 스탠포드대 행동과학연구소에서 썼다. 저술 장소는 책의 특질과 깊은 연관이 있다.

이는 동서양의 갈등과 충돌의 문제를 문화.심리적인 측면에서 고찰했음을 의미한다. 게다가 동서 문화의 충돌 그 자체였던 그의 삶이 반영됐음은 물론이다.

그는 식민지(팔레스타인)에서 태어나 '제국' 의 언어(영어)로 교육을 받는 등 일찍이 다문화에 익숙했다.

따라서 그 경험의 총화라고 할 수 있는 이 책은 궁극적으로 동서 문명의 공존을 추구한다. 제국주의의 유산인 '문화의 겹침' 현상에서 화합의 단서를 찾은 것이다.

그럼에도 동양의 지성들은 이 책으로부터 문화제국주의와 탈식민주의의 영감을 부단히 얻으려 한다.

우리에게 '오리엔탈리즘' 은 무엇인가. 오랜 중화주의의 그늘, 일제 식민지배의 기억, 오늘날의 맹목적 서양 추수(追隨)주의 등 복합적 심성의 잔재들을 일소할 때까지 문화적 상대주의를 역설한 이 책의 효용성은 여전하다 하겠다.

정재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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