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북한의 변화신호를 주목하자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02면

북한 김정일(金正日)국방위원장이 다시 중국을 비밀리에 방문하고 있다는 사실은 연초부터 보이고 있는 북한 변화의 한 구체적인 증거로 해석된다.

북한은 새해 들면서 신사고와 경제건설을 강조해 왔다.

신년사에서는 비록 '사회주의 붉은 기의 진군' 을 내세워 체제결속을 강조했지만 그 목표는 국가경제력 건설에 있음을 명백히 했다.

또 4일자 노동신문은 金위원장의 말이라면서 "2000년대에 들어선 만큼 모든 문제를 새로운 관점과 새로운 높이에서 보고 풀어나가야 한다" 는 '21세기 신사고' 를 제창했다.

노동신문의 9일자 정론 역시 "낡고 뒤떨어진 것들은 깨끗이 털어버리고 사상관점과 사고방식도 근본적으로 일신하고 모든 것을 새롭게 사색하고 새롭게 실천" 할 것을 촉구했다.

특히 "최단기간 내에 강력한 국가경제력을 마련하여 21세기 세계 경제강국의 대열에 위풍당당히 들어서자" 고 강조하고 있다.

이는 북한이 지금까지의 김일성 유훈(遺訓)통치시대를 벗어나 김정일 시대로 접어들었으며 김정일 시대의 목표는 경제강국 건설이라는 점을 명백히 한 것이다.

金위원장이 신사고 선언을 한 뒤 첫 방문지가 중국이라는 것은 북한이 중국식 개방정책을 따르겠다는 의사표시며 방문기간 중 중국의 대표적 개방지역인 상하이(上海)-푸둥(浦東)지역을 시찰한다는 사실은 바로 중국식 개방이 신사고의 실천이라는 점을 시사하고 있다.

이런 점에서 金위원장의 신사고가 앞으로 남북관계에 어떤 방식으로 나타날지가 관심거리며 동북아 정세에 어떤 영향을 줄지 주목할 부분이다.

남북관계도 중국-대만 양안관계처럼 1국양제(1國兩制)모델을 따른다면 지금처럼 '낮은 단계의 연방제' 를 고수하는 현상유지 정책을 추구할 것이다.

북한의 경제력 건설에 가장 중요한 것은 국제적 지원이며 이를 위해서는 미국이 테러국 지정을 해제하는 것이 긴요하다.

때문에 북한의 외교목표는 미국과의 관계개선이 중심이 될 것이다.

이런 관점에서 볼 때 북한은 金위원장의 서울 답방을 반드시 실현할 것으로 보이며 남북화해의 과정을 통해 미국과의 관계개선도 적극 시도할 것으로 보인다.

이런 것들은 남북관계의 개선이나 한반도의 평화정착에 모두 긍정적인 요인으로 작용할 수 있다.

따라서 정부는 북한의 새로운 변신을 적극 지원할 필요가 있다.

북-미 관계개선을 위해 중재역할을 해야 할 것이며 또 북측에는 미사일과 같은 소모적인 대량파괴 무기의 개발 중단을 설득할 필요도 있다.

특히 金위원장의 답방 때 남북간에 평화협정을 체결할 수 있도록 함으로써 항구적이고 제도화한 평화체제를 확보토록 해야 한다.

남북간 평화정착이 북한에 대한 국제적 지원을 가능케 하는 가장 중요한 요인이라는 점을 북에 납득시켜야 할 것이다.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