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정일 국방위원장 상하이 왜 가나]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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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3면

김정일(金正日)국방위원장이 중국의 대표적 대외개방지구인 상하이(上海)를 방문할 것으로 알려져 북한의 경제특구정책에도 상당한 변화가 예상된다.

북한은 1980년대 이후 두차례 대외 경제개방을 시도했으나 그동안 별다른 성과를 거두지 못했다.북한이 제한적으로나마 서방 자본주의국가에 문을 열기 시작한 것은 84년 9월 ‘합영법’ 제정 때부터다.

70년대 중반이후 외채가 쌓여 서방국가로부터 외자도입이 불가능해진 상황에서 79년 중국이 중외합작경영기업법을 마련,시행한 데 자극받아 추진한 첫 개방조치였다.

그러나 외자를 유치해 선진설비 및 기술을 흡수하려던 합영사업은 대부분이 조총련계 기업과의 합영에 그쳤고 그나마 실적도 미미했다.

80년대 말 구소련 및 동유럽 사회주의권이 무너지면서 서방과의 경제협력이 절실해진 북한은 91년 12월 나진 선봉지역을 ‘자유경제무역지대’로 설정했다.이는 당시로선 ‘특단의 조치’로,선진 과학·기술을 도입하고 경제에 활력을 불어넣기 위해 중국 경제특구를 모방해 만든 특별구역이었다.

북한은 또 외국인투자관련법을 잇따라 제정하거나 개정하는 한편,국제적 투자설명회와 홍보활동에도 적극 나섰다.

이어 북한은 나진 선봉에 이어 남포·원산·신의주 등에도 경제특구를 설치하려고 했다.그러나 외자유치가 막혀 전혀 진전을 보지 못해왔다.기대를 모았던 나진선봉지역에서 99년 3월까지 1억4천만달러 밖에 유치하지 못해 다른 지역으로 확대할 수 없었던 것이다.

이런 상황에서 금년 가을의 개성공단 개설을 앞두고 金위원장으로선 중국식 대외 개방모델을 직접 체험해보고 싶었던 것이 이번 방중을 앞당겼다고 할수 있다.

金위원장은 99년 10월 초 북·중수교 50주년을 맞아 중국의 장쩌민 주석에게 축전을 보내면서 ‘중국적 특색을 지닌 사회주의’에 관심을 보이기 시작했다.

이보다 앞서 지난해 12월 방중한 김양건 노동당 국제부장이 상하이를 방문했던 것도 김위원장의 방문을 위한 사전정지작업의 성격이 짙다.

북한은 이번 김위원장의 상하이 방문을 계기로 경제특구를 통한 대외개방이라는 중국식 발전전략을 대폭 수용해 적극적인 경제회생에 나설 것이 확실시 된다.

정창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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