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말정산 기부금 가짜 영수증 많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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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6면

대기업 계열 금융기관에서 근무하는 崔모(34)씨는 가끔 나가는 서울 강남의 한 교회에서 지난해 말 50만원짜리 기부금 영수증을 받았다.

부부가 몇만원 헌금을 낸 게 전부지만 그의 부인이 교회의 아는 사람을 통해 액수를 부풀렸다.

연말 소득공제 때 세금을 덜 내기 위한 가짜 영수증인 셈이다.

崔씨뿐 아니다. 같은 직장의 鄭모(31)씨는 "교회에 안다니면서 이삼백만원짜리 기부금 영수증들을 가져온 동료가 있어 놀랐다" 고 말했다.

부산에 사는 대기업 간부 申모(44)씨는 어머니가 다니는 부산 인근 절에서 1백만원짜리 기부금 영수증을 받은 케이스. 그 역시 이 절에 기부금을 낸 적은 없다.

서울에 사는 그의 여동생(35.회사원)도 어머니가 받아온 같은 액수의 영수증을 연말정산 서류에 첨부했다.

종교단체에 기부한 돈에 대한 세금공제 제도를 악용하는 사례가 적지 않다.

지난해 10월 개정된 소득세법에 따라 종교단체 기부금의 공제 한도가 소득의 5%에서 10%로 커지면서 더 늘어났으리라는 게 국세청측 설명이다.

여기에 특별한 사유가 없는 한 종교단체 세무조사는 하지 않는다는 통념도 작용한다.

서울 서초구의 한 교회 관계자는 "12월 초부터 영수증 민원이 줄을 선다" 며 "실제 기부금을 낸 사람 중에도 액수를 높여 영수증을 써달라고 부탁하는 사람이 수십명" 이라고 말했다. "잘 아는 사람들이라 매정하게 거절하기가 어렵다" 고 얘기한다.

국세청 법인세과 관계자는 "허위 기부금 영수증이 적발되면 5년을 거슬러 세무조사를 하고 검찰에 고발하는 등 엄벌에 처하도록 돼 있다" 면서 "이런 내용을 각 종교단체에도 알리지만 적발은 쉽지 않다" 고 말했다.

다른 관계자는 "가짜 기부금 영수증은 소득세법 80조에 따른 명백한 탈세" 라고 지적하고 "공제되는 대상 액수 중 적지않은 부분이 가짜 영수증으로 인한 것으로 추정된다" 고 했다.

전진배.정효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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