쥐꼬리 수익에 부실여신 눈덩이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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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0면

국내 은행의 수익성이 선진 은행보다 낮은 것은 부실대출이 많은 데다 다양한 수익원을 갖고 있지 않기 때문이다.

은행들이 순수한 자기 돈을 밑천으로 1년 동안 어느 정도의 이익을 올렸는가를 보는 자기자본이익률(ROE)을 보자. 1999년 기준으로 미국 시티그룹의 ROE는 22.5%, 영국의 HSBC는 17.5% 수준이다. 같은해 국내에서는 주택은행만이 선진 은행 수준인 21.6%의 ROE를 기록했다.

신한.하나.한미.국민은행의 ROE는 10%를 밑돌았다. 나머지 은행은 대규모 적자를 냈다. 적자의 가장 큰 원인은 부실여신으로 인한 대손충당금 부담이다. 99년 11개 시중은행은 2조원 가량의 충당금 적립 전 이익을 냈지만 7조1천억원의 충당금 부담으로 5조9천억원의 적자로 돌아섰다.

영국의 신용평가사인 피치사의 아시아 은행담당 애널리스트인 폴 그래너는 "부실여신을 빨리 정리하고 지속적인 자본 확충을 하는 것이 근본 처방" 이라고 말했다.

수익성을 악화시키는 또하나의 요인은 협소한 예대금리차다.

국내은행의 예대금리차는 평균 2.5%포인트 내외지만 미국의 경우는 4~5%포인트에 이른다. 여기에는 외형 위주 경쟁과 은행의 공공성을 강조하는 사회 통념도 작용하고 있다.

상명대 정지만 교수는 "일부 시중은행들은 시장금리가 빠르게 떨어지는 데도 수신을 늘리기 위해 상대적으로 높은 금리를 유지하고 있다" 며 "그러나 대출금리는 고객들의 반발 때문에 위험도에 따라 자유롭게 조정하기 어려운 상황" 이라고 지적했다.

수익구조도 편중된 경우가 많다.

국민은행의 경우 99년 충당금 적립 및 경비차감 전 총이익 중 비(非)이자 수입이 차지하는 비중이 17%밖에 안된다.

대부분의 수익을 대출에서 나오는 이자수입에서 벌어들인다는 얘기다. 영국 HSBC그룹의 경우 총이익 중 비이자 수입이 차지하는 비중(99년)이 46%에 이르며 연간 수수료 수입만도 60억달러가 넘는다.

아울러 정부가 소위 '시장 안정' 을 이유로 은행에 간섭하는 일이 없어져야 하며 '은행 서비스를 받는 만큼 돈을 낸다' 는 새로운 은행이용 문화의 정립이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김원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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