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기는 밴쿠버] 내일은 일요일 쾌속세대는 금요일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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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6면

겨울올림픽 사상 처음으로 종합 순위 5위권을 노리는 대한민국 선수단. 주춤했던 한국의 금빛 행진이 21일 다시 시작된다.

밴쿠버 올림픽이 낳은 스타 모태범(21·한국체대)이 남자 스피드 스케이팅 1500m에서 대회 세 번째 메달에 도전한다. 전통의 메달밭 쇼트트랙도 이날 남자 1000m와 여자 1500m에서 금메달을 목표로 달린다.

◆‘모터범’ 1500m서 가속 페달=모태범은 캐나다로 출국하기 직전 가족에게 “메달 3개를 따오고 싶다”고 했다. 아버지 모영열씨도 “나도 젊은 아들의 호기라고 치부했다. 처음 나가는 올림픽에서 동메달 하나라도 따면 좋겠다고 생각했다”고 말할 정도로 까마득해 보이던 목표다. 하지만 500m 금메달에 이어 1000m 은메달을 목에 걸면서 모태범의 꿈은 현실이 될 가능성이 커졌다. 이제는 아버지도 “1500m나 이승훈·이종우와 함께 달리는 단체 추발 중에서 메달 한 개는 더 얻지 않을까”라고 기대감을 드러낸다.

동료의 도움을 받아야 하는 단체 추발보다 모태범 개인의 힘으로 승부를 걸 수 있는 1500m의 메달 획득 가능성이 더 크다. 모태범은 지난해 12월 미국 솔트레이크시티에서 열린 5차 월드컵에서 1분42초85로 한국신기록을 세웠다. 올 시즌 1500m 월드컵 랭킹은 12위다. 샤니 데이비스(미국)와의 격차는 큰 편이다. 데이비스는 1500m서 1분41분04의 세계기록을 보유하고 있는 최강자다. 월드컵 랭킹도 1위다.

그러나 모태범의 상승세에 기대를 걸어볼 만하다. 모태범이 빙상에 입문한 은석초등학교 시절부터 10년간 그를 가르쳤던 전풍성 감독은 “올림픽이 시작되기 전부터 1500m 기록이 점점 좋아지고 있었다. 또한 태범이는 승리욕이 강하다. 1000m에서 데이비스에게 졌으니 각오를 새롭게 했을 것이다. 내심 기대하고 있다”고 말했다.

◆쇼트트랙의 금빛 시동=스피드 스케이팅이 거둔 성과를 쇼트트랙이 이어받는 시점이 21일이다. 이정수(21·단국대), 이호석(24·고양시청), 성시백(23·용인시청) 트리오가 21일 남자 1000m에서 금메달을 겨냥한다. AP통신과 스포츠 일러스트레이티드는 대회 전부터 이정수를 이 부문 가장 강력한 우승후보로 꼽았다.

이미 1500m에서 금메달을 따낸 이정수의 경쟁자는 이호석과 성시백이다. 안톤 오노(미국)를 제외하면 위협적인 선수도 없을 정도로 이들 트리오의 입지가 단단하다. 1500m 결승점을 눈앞에 두고 이호석과 성시백의 충돌로 좌절됐던 한 종목 금·은·동 동시 석권도 기대해볼 만하다.

조해리(24·고양시청)와 이은별(19·연수여고) 등이 나서는 여자 1500m는 설욕의 무대다. ‘역대 최약체’라는 평가 속에 밴쿠버에 입성한 여자 대표팀은 18일 500m서 한 명도 결승에 나가지 못하는 수모를 겪었다. 하지만 중장거리는 한국의 전통 강세 부문이다. 올 시즌 세계랭킹 1, 2위 왕멍·저우양(이상 중국)을 넘어서야 한다.

하남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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