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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라운지] 지방학교 찾아 일일 영어교사로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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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8면

▶ 지난 13일 제주시 한라초등학교 5학년 학습실에서 AWC 회원들이 아이들과 영어수업을 진행하고 있다. 제주=양성철 기자

한국에 있는 외교사절.기업인의 부인 가운데는 시간을 쪼개 한국인을 돕고 있는 여성이 적지 않다. 남편의 부임지에 따라와 한국에서 만난 여러 국가의 여성들이 뜻을 모아 나눔을 실천하고 있는 것이다. 미국인 부인들은 전국 곳곳의 학교를 찾아가 일일 영어교사로 자원봉사를 하고 있다. 또 겨울이 가까워 옴에 따라 자선활동인 바자를 준비하고 있는 여성도 많다.

◆영어 강의 자원봉사=지난 13일 오전 제주시 연동 한라초등학교 2층 5학년 학습실. 파란 눈의 여성 6명이 들어서며 "헬로"라고 인사하자 학생 40명이 호기심에 찬 눈으로 쳐다봤다. 그러나 여성들이 영어로 동요를 부르고 책을 읽으며 이야기를 나누자 학생들은 금세 친숙해졌다. 이날 처음 원어민의 영어 수업을 받은 학생들은 매우 신기해 하면서도 즐거운 모습이었다. 수업은 학생들의 요청으로 예정시간을 훌쩍 넘겨 두 시간 동안 이어졌다. 이날 특별수업을 한 6명은 미국 기업 한국지사 직원들의 부인들이었다. 남편을 따라 올 초 한국에 온 데비 커트렐(45)은 "이야기를 나눠보니 학생들의 영어 수준이 꽤 높은 편"이라고 밝혔다.

또 "수업 후 관광지를 돌며 한국의 맛을 느끼는 것도 큰 즐거움"이라며 "처음 와본 제주도가 참 아름다워 다음엔 꼭 가족과 함께 올 생각"이라고 말했다. 6명은 미국에 본부가 있는'해외 거주 미국인 여성회(AWC) '한국 지부 소속 회원들이다. 여러 나라에 있는 AWC지부 가운데 한국지부만이 유일하게 '헬로 프렌즈'프로그램을 운영하고 있다. 회원들이 한국 내 지방학교를 찾아가 영어 일일교사 활동을 하는 것이다. 1997년 이후 지금까지 연간 평균 100여명이 20여개 학교에서 영어를 가르쳤다. '헬로 프렌즈'프로그램 책임자인 박승희(38.여.재미동포)씨는 "회원들은 한국을 좀더 이해하게 되고, 원어민을 접하기 힘든 지방학생들은 짧은 시간이나마 외국 문화를 접하는 기회를 갖게 된다"고 말했다.

◆자선 바자=22일 서울 삼성동 코엑스 태평양홀에서 대한적십자사 주최로 열리는 바자에는 미국.일본 등 15개국 대사 부인 등이 참여한다. 이들은 매월 셋째 수요일 대한적십자사에 모여 바느질을 하는 '수요 봉사회'의 회원들이다. 패트리샤 힐 주한 미국대사 부인은 과자.머핀 등 빵과 디저트를 직접 만들어 판매할 계획이다. 힐 여사는 "우리 집안에서 대대로 내려온 요리법으로 만든 '초코 에스프레소 쿠키'와 브라우니(케이크 종류)를 구워 판매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미국 대사관에선 '바자 준비모임'까지 만들어졌다.

국제여성단체인 서울국제여성협회(SIWA)의 연말 바자는 최대 규모다. 올해로 26년째를 맞는 SIWA 바자는 회원들이 받은 기증품을 판매한 수익금으로 홀로 사는 노인이나 장애인.수재민 등 소외된 이웃을 돕고 있다. 올해는 11월 30일 하루 동안 서울 그랜드힐튼 호텔에서 개최한다. SIWA는 국적과 문화가 다른 여성들이 자선을 실천하고 친목도 다지자는 취지에서 1956년 설립됐다. 현재는 50여개국의 700여명이 활동 중이다.

외국 여성들에게 바자는 의미가 크다. 서울 생활 8년째인 루드밀라 편 우즈베키스탄 대사부인은 "한국 사회에 직접 기여할 수 있다는 점에서 바자는 대사부인들에게 중요한 행사"라며 "본국에 휴가를 가면 바자에서 판매할 물품을 꼭 챙겨온다"고 말했다. 대추야자를 넣은 전통과자와 파피루스로 싼 향수 등을 준비한 아비르 헬미 이집트 대사 부인은 "물건을 팔면서 한국인들에게 이집트를 알리는 일도 큰 보람"이라고 말했다. 잉거볼 돈데 덴마크 대사부인은 "대니시 패스트리와 버터쿠키 등을 구워 덴마크 상징인 빨강.흰색 리본으로 장식할 것"이라고 말했다.

제주=양성철 기자, 박현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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