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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자 = 공화 지지" 통념 깨지나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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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7면

부자들은 보수당을 지지할 것이다. 미국의 부자들도 당연히 민주당보다는 공화당을 지지하고 기부금도 그쪽에 더 많이 내지 않을까. 하지만 워싱턴 포스트에 따르면 현실은 이와 다른 것 같다. 고액 정치헌금자는 민주당에 몰려 있는 것으로 17일자에서 보도했다. 대선을 앞두고 선거운동 단체들에 100만달러 이상 기부한 부자들은 모두 25명이고 이들의 기부금 총액은 1억2000만달러였다. 특히 '부자=공화당 지지'라는 통념과는 정반대로 거액 기부자 상위 25명 중 15명이 민주당 지지자였다.

신문은 "기업과 노조 등의 선거자금 기부를 규제하는 매케인-파인골드 법안이 통과(2002년)된 이후 공화당과 민주당을 외곽에서 지원하는 단체들이 우후죽순처럼 생겨났다"고 전제하고 "억만장자들이 외곽단체들에 막대한 양의 기부금을 제공하면서 영향력을 행사하고 있다"고 배경을 설명했다.

◆진보파 부자들이 더 열성적= 고액 헌금자 1~5순위는 모두 민주당 지지자다. 1위는 헝가리 이민자 출신인 헤지펀드 투자가 조지 소로스(74). 그는 평소 언론에 나와 "조지 W 부시 대통령이 계속 집권하는 한 미국 민주주의는 없다"고 단언하는 등 반 부시 운동의 선봉장 역할을 해왔다.

'무브 온 닷컴'등 민주당을 지지하는 각종 단체들에 1년 사이에 2325만달러를 쾌척했다.

둘째로 많은 1900만달러를 기부한 피터 루이스(71)는 기업인이다. 공격적 경영으로 자동차 보험회사인 프로그레시브를 미국 내에서 가장 성공한 기업으로 만든 인물이다. 퇴직한 이후 자선사업에 몰두하면서 민주당을 적극 지지하고 있다.

6억달러어치의 뉴욕 부동산 상속자이자 할리우드 영화 제작업자인 스티븐 빙(39)은 존 에드워즈 민주당 부통령 후보의 후원자.

지난 15년 동안 민주당 후원회에 항상 거금을 지원해 왔다.

하이야트 호텔의 상속녀인 린다 프리츠커(51)는 지난 15년간 총 기부액수가 1만3000달러에 불과했으나 올해 갑자기 민주당 외곽 지원조직인 ACT에 500만달러를 기부했다. 프리츠커는 정신요법 의사이자 세 아이의 어머니다.

워싱턴 포스트는 "민주당 거액 기부자들은 소로스를 제외하면 대부분 인터뷰를 몹시 싫어한다"고 소개하고 "자유주의 성향이 있는 이들이 기부금을 내는 데 촉매작용을 한 것은 부시 대통령에 대한 혐오감"이라고 지적했다.

◆공화당 지지 부자들=부시 대통령이 조직한 순찰대(Ranger)와 애국자(Pioneer)로 구성된다. 순찰대는 정치자금 25만달러 이상, 애국자는 10만달러 이상을 낸 회원들이다. 대표주자는 투자금융업자 칼 린드너(85), 방송사 소유주 제럴드 페린치오(73), 부동산업자 알렉산더 스패노스(81), 모기지 금융업자 돈 아놀(65) 등이다. 모두 500만달러 이상씩 기부했다.

공화당은 고액헌금자 순위에서는 밀렸지만 보수당답게 모금총액에선 민주당을 크게 앞서고 있다. 3분기 국세청 신고 기준으로 공화당 외곽단체의 모금액은 6280만달러(약 754억원)에 달했다. 민주당의 모금액은 3650만달러(약 438억원)에 불과했다.

민주당을 지지하는 갑부들이 주로 자유주의.환경운동.평화주의 등에 심취한 경우가 많은 데 반해 공화당을 지지하는 부자들은 현실주의자들이 많은 것으로 분석되고 있다.

워싱턴=김종혁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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