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동고속도로 고립 현장]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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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0면

영동고속도로 대관령 구간에서 차량들이 폭설로 고립되는 사태가 3년 만에 다시 빚어졌다.

7일 하루 동안 80㎝가 넘는 눈이 내린 대관령 구간은 상.하행선이 오후 3시쯤부터 완전히 불통돼 1천5백여명이 차 안에서 뜬 눈으로 밤을 지샜다.

가파른 경사면에서 차들이 미끄러지면서 뒤엉켜 이 일대가 거대한 주차장으로 변했기 때문이다.

대관령 정상에서 강릉시 성산면 어흘리까지 10㎞구간은 5백여대의 차량이 완전 고립됐으며 대관령~횡계 인터체인지와 어흘리~강릉시내는 극심한 정체를 빚었다.

차가 엉켜 제설작업차도 제대로 움직이지 못했으며 방송국 중계차량도 현장 접근을 포기해야 했다.

다행히 대관령 근처에서 멈춰선 차량의 사람들은 휴게소로 찾아가 김밥과 어묵.빵.우유.과자 등 식료품을 구입했다.

그러나 대관령 정상 휴게소 전.후 1㎞ 이상 떨어진 곳에 멈춰선 차량의 사람들은 밤새 차 안에서 추위와 배고픔으로 떨어야 했다.

밤새 시동을 켜놓은 탓에 기름이 떨어진 차량이 즐비했다. 대관령 하행선 주유소의 플라스틱통 10여개가 기름을 사가는 바람에 순식간에 동났다.

기름통이 없어 기름을 사지 못한 사람들은 아예 차로 돌아가는 것을 포기, 휴게소에서 밤을 지샜다.

이날 휴게소에서 밤을 지샌 사람들은 50여명. 버스 승객과 휴게소 가까운 곳에 차가 있는 사람들이 차를 버려둔 채 휴게소로 몰렸다.

金모(46.강릉시 교동)씨는 "휴게소에서 가까운 곳에 차가 있는 바람에 허기는 면할 수 있었으나 몇시간 동안 올라오는 차량이 없는 등 도로 상황을 알 수 없어 답답했다" 며 "차 바퀴까지 눈이 쌓여 차를 움직이려 해도 도저히 불가능한 상황" 이라고 말했다.

대관령 하행선 휴게소 소장 김종섭(40)씨는 "휴게소에서 멀리 떨어진 차량의 사람들에게서 도로 상황을 묻는 전화가 밤새도록 걸려왔다" 고 말했다.

이처럼 대관령 구간이 마비된 것은 1998년 1월 14일 오후 8시부터 16일 오전 10시20분까지 38시간 동안 차량통행이 마비된 지 3년 만이다.

원인은 워낙 많은 눈이 내리기도 했지만 배짱운전과 초보운전이 사태를 더욱 악화시킨 것으로 경찰은 보고 있다.

폭설이 내리는데도 일부 차량들이 체인도 감지 않고 무모하게 대관령을 오르다 눈길에 미끄러지면서 문제가 생겼다.

이들 차량이 도로를 막고 멈춰서자 뒤따르던 차량도 움직이지 못했다. 또 체인이 끊어지면서 미끄러지는 차량도 속출, 상.하행선이 차량들로 엉키면서 도로를 마비시켰다.

체인이 낡은 탓도 있었으나 노련한 운전자가 천천히 눈길을 운전하는 것과 달리 경험이 부족한 운전자는 앞으로 가는 데만 신경을 쓰고 무리하게 액셀러레이터를 밟은 탓에 체인이 끊어지는 경우가 많았다고 현장을 지켜본 경찰 관계자가 말했다.

대관령=이찬호.홍창업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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