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원 강사가 낫다’ 학생·교사 시각차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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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강남의 A고교 3학년에 올라가는 송모(18)군은 학교 수업시간에 질문을 거의 하지 않는다. 성적이 전교 상위 5% 안에 드는 송군은 “선생님이 질문을 많이 하면 눈치를 준다”며 “그렇다고 쉬는 시간에 찾아가 물어보기도 쉽지 않다”고 말했다. 행정업무 처리에 바쁜 교사와 시간 맞추기가 어렵고, 질문거리가 많은 시험 기간엔 ‘보안 유지’를 이유로 교무실 출입이 제한되기 때문이다. 송군은 학원에서 궁금증을 푼다고 했다. 그는 “학원에선 수시로 ‘모르는 건 그때그때 질문하라’고 한다”며 “학원 선생님은 수준에 맞는 보충자료를 충실히 준비해주고 친근하게 말을 걸어오니 편하다”고 말했다.

송군처럼 교사와 학원 강사에 대한 학생들의 ‘온도차’는 한국교육개발원(KEDI)의 고교생 대상 조사에서도 나타났다. 학생들이 교사보다 학원 강사를 더 높게 평가하고, 교사가 학생들의 학업 태도나 성취도에 미치는 영향력도 학원 강사보다 낮게 나온 것이다.

◆학생들 “강사가 더 도움 된다”=KEDI의 심층 인터뷰에 참여한 고교생 윤모(16)군은 “학교 수학시간엔 잠을 자고 학원 수학시간엔 재밌게 공부한다”며 “선생님은 우리가 떠들어도, 뒷자리에서 게임을 하거나 잠을 자도 내버려 둔다”고 불평했다.

반면 학원 강사들은 학생의 반응에 민감하게 대응한다. 서울 모 학원의 언어영역 강사 이모(38)씨는 “학생들의 평가에 따라 강의를 계속할 수 있을지가 결정되기 때문에 수업을 잘 이해하는지, 강의에 문제는 없는지 신경 쓰지 않을 수 없다”고 말했다. 인터넷강의 스타 강사들도 대부분 블로그나 홈페이지를 운영하며 학생들의 질문에 답해주는 ‘애프터 서비스’를 하고 있다.

◆교사들 “학원과 비교 말라”=교사들은 “교육 목적이 다른 학교와 학원을 단순 비교해선 안 된다”고 주장했다. 서울 K고 김모(30) 교사는 “학급당 40명인 교실에서 맞춤형 수업을 하는 것은 불가능하다”며 “학교에서 무조건 고객 관리하듯 학생을 대하는 학원처럼 하라는 것은 억지”라고 반박했다.

수업 방식이나 학생과의 대화법을 개선해야 한다는 교사들의 목소리도 나왔다. 매일 A4용지 1~2장 분량의 ‘종례신문’을 학생들에게 나눠주며 소통을 시도해온 서울 면목고 송형호(50) 교사는 “요즘은 우울증이나 게임중독에 걸린 아이들도 많기 때문에 교사들이 더 적극적으로 대화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에 따라 올해 실시 예정인 교원평가가 학교 분위기를 바꿔놓을지 주목된다. 학생·학부모의 수업 만족도가 교사 평가에 반영되고 평가 결과가 나쁜 교사는 교육을 받기 때문이다. 교육과학기술부는 내년부터 학교별 학업성취도 평가 결과를 공개하면 잘 가르치기 경쟁이 본격화할 것으로 보고 있다.

박수련·박유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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