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기는 밴쿠버] 헬기로만 갈 수 있는 곳서 극비훈련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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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의 스노보드 스타 숀 화이트(24·사진)가 금빛 곡예를 펼쳤다. 개인 전용 하프파이프 훈련장에서 연습한 덕이었다.

화이트는 18일(한국시간) 밴쿠버 사이프러스 마운틴에서 열린 스노보드 하프파이프 남자부 결승에서 48.4점을 기록해 우승을 차지했다. 만점(50점)에 가까운 완벽한 연기였다. 이로써 화이트는 2006년 토리노 올림픽에 이어 2연패를 달성했다. 그를 우승으로 이끈 최고의 기술은 ‘더블 맥트위스트 1260(공중에서 종횡으로 번갈아 가며 3바퀴 반 회전하는 기술)’이다. 화이트는 1차 시기 기록(46.8점)만으로도 우승을 확정지었지만 팬들을 위해 멋진 쇼를 선사했고, 2차 시기에서 더 높은 점수를 받았다.

◆맞춤 훈련장의 탄생=화이트는 지난해 말부터 대회 출전을 자제하고 비밀 연습을 통해 기량을 가다듬었다. 장소는 미국 콜로라도 실버톤 마운틴. 화이트의 스폰서인 레드불(에너지음료 업체)은 이곳에 화이트만을 위한 전용 하프파이프를 만들었다. 헬기로만 이동할 수 있는 곳이라 비밀 연습을 하기엔 안성맞춤이었다. 화이트는 이곳에서 두 달가량 연습하며 누구도 따라 할 수 없는 묘기를 가다듬었다.

화이트는 결승에서 유일하게 더블 맥트위스트 1260을 선보였다. 상위권 선수들도 맥트위스트를 구사할 때는 3바퀴(1080) 정도 회전한다고 한다. 보통 하프파이프의 높이가 5m 안팎인 데 반해 이번 대회에는 무려 6.7m 높이의 하프파이프가 사용된 것도 화이트에겐 득이 됐다.

1260도 회전 금빛 곡예 숀 화이트가 18일(한국시간) 하프파이프 경기에서 멋진 공중 묘기를 선보이고 있다. [밴쿠버 로이터=연합뉴스]

◆아메리칸 아이돌=화이트는 2002년부터 각종 국제대회를 휩쓸며 최고 자리에 올랐다. 익스트림 스포츠의 올림픽 격인 윈터 X-게임에서는 무려 9개의 금메달을 따냈다.

기업들의 러브콜도 이어졌다. 화이트는 매년 상금과 광고 계약 등으로 600만 달러 이상을 벌어들인다. 최근엔 ‘피겨 퀸’ 김연아와 함께 미국 경제잡지 포브스를 장식해 눈길을 끌었다. 포브스는 지난 10일 ‘2010 밴쿠버 올림픽 최고 수입 선수 10’을 발표했는데, 화이트와 김연아가 공동 1위를 차지했다. 포브스는 이들의 2009년 수입을 800만 달러(약 93억원)로 추정했다.

미국에서 화이트의 인기는 대단하다. 미국인들은 빨간 머리를 휘날리며 곡예를 펼치는 그를 ‘플라잉 토마토(Flying tomato)’라고 부른다.

오명철 기자

◆ 스노보드 하프파이프=원통을 반으로 잘라놓은 듯한 구조물에서 공중 묘기를 펼치는 종목이다. 점프와 공중 회전, 착지, 테크닉, 기본 동작 등을 각각 10점 만점(총점 50점)으로 점수를 매긴다. 1998년 나가노 올림픽 때 정식 종목으로 채택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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